[기자수첩 ]오염수 방류, 과학적 접근 못한 채 과학을 믿어달라는 한국 정부
그린피스, 한국이 오염수 방류의 방조자라고 비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생성된 방사성 폐기물의 해양 방류는 ‘일본의 무책임’과 ‘한국의 방조’가 낳은 합작품이다.”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가 지난 22일 낸 성명서 내용 중 일부다. 한국과 일본 정부를 신랄하게 비난하고 있다. 이 기사를 읽는 순간 눈을 의심했다. 일본은 방사성 폐기물을 바다에 방류했다. 아니 투기했다. ‘불량국가’, 일본은 마땅히 국제사회의 질타받아야 한다. 그런데 왜 한국이 일본과 한 묶음으로 국제사회의 힐난을 받는가. 그린피스의 성명 면면은 엄중했다. 국제환경단체의 흔한 생색내기용 논평이 아니었다. 따끔한 경고였다. ‘마약 청정국’ 지위를 잃었을 때보다, ‘안전한 치안 국가’라는 자부심이 깨졌을 때보다 한국인으로서 더 부끄럽고 가슴 아팠다. 그린피스의 주장에 공감하기에 생긴 감정이다. 오염수 방류는 바다 생태계를 오염시킬 수도 있다. 국민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인류의 재앙을 초래할지도 모른다. 나쁜 상황이 벌어진다면 우리나라는 ‘해양 방류의 방조자’에서 ‘환경파괴의 협조자’가 될 것이다. 이것이 단지 필자만의 우려일까.

한국 정부는 억울할 수도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보고서가 해가 없음을 보증했다. “우리가 작성하고 있는 최종보고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그런 상황에서 한국이 오염수 방류를 반대한다고 일본의 선택을 막을 수도 없다. 사후 상황관리에 집중하는 게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 일면 이해는 한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결정적인 실수를 했다. 한국 정부는 국민에게 ‘과학’을 믿어달라고 호소했다. 국민에게 호소했던 과학의 잣대를 일본에 들이대지 못했다. 그게 일을 꼬이게 한 것이다.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결정한 것은 2021년 4월이다. 2011년 3월 12일 후쿠시마 제1 원전이 폭발했다. 원자로 온도가 급격히 상승했다. 냉각수를 주입했다. 오염수가 발생했다. 오염수 저장 탱크 용량(후쿠시마 제1 원전 부지)은 한계가 있다. 바닥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IAEA 조사에서도 일본 정부는 방류 이외의 대안을 검토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오염수 방류는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는 얘기다. 어떻든 누적된 오염수는 현재 134만t이다. 저장 탱크는 1,021기에 채워져 있다. 후쿠시마 제1 원전 부지에 비어 있는 저장 탱크는 21개뿐이다. 

관심은 해수 방류의 이후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오염수에 남아 있는 핵종 처리다.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설치했다. 방사성 물질을 제거했다. 하지만 인체에 치명적인 삼중수도(트라이튬)는 ALPS로 깨끗하게 걸러지지 않는다. 화학적으로 분리하기가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삼중수소는 우리 인체가 만들어내기도 한다. 비속에도 들어 있다. IAEA가 정한 기준치 이하면 인체에 별 영향이 없다. 먹어도 상관없다. 그래서 도쿄전력은 방출되는 삼중수소 농도를 바닷물로 1/1000로 희석했다. 일본 규제 기준의 1/40인 1,500㏃/1L 미만으로 만들어 방류한다고 밝혔다. 수조에서 채취한 처리수 표본의 삼중수소 농도는 그것보다 낮다(43~63/1L)는 주장도 했다.

일본의 주장을 믿더라도 따질 것은 따져봐야 한다. 처리된 오염수 134만 톤을 30년에 걸쳐 바다에 버리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일까. 그 정도면 바다가 방사성 폐기물로 더럽혀지지 않을까. 오염된 물고기의 몸속에 삼중수소가 농축되는 것은 아닐까. 분명한 것은 저농도 방사성 물질에 수십 년 장기 노출됐을 때 인간과 바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과학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한 번도 경험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기준치가 넘는 삼중수소는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바다에 떠돌아다니다가 삼중수소가 인간의 몸에 오는 것은 시간문제다. 몸속에 들어온 삼중수소는 정상적인 수소를 밀어낸다. 거기에 베타선을 방사하면 헬륨으로 바뀐다. 핵종 전환이 일어난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유전자가 변형된다. 각종 암을 유발할 수 있다. 생식기능도 저하된다. 

일본 정부는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과학’을 배반하는 일을 버젓이 해왔다. 이는 우리 정부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은 대략 200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도쿄전력에는 오염수 포함된 방사성 물질을 관찰해 왔다. 62핵 종이였다. 그러나 측정한 결과 중 공개한 것은 불과 7종과 62종 평균뿐이었다. 도쿄전력이 공개한 자료에 의하며 세슘, 스트론튬은 검출되지 않았다. 탄소14, 삼중수소는 검출됐다. 62핵 종의 평균은 1(일본이 정한 기준치)보다 높았다. 뭔가 감춘 것이다. 그런 의심은 확신으로 변했다. 지난 2월에는 오염수 측정 물질을 30핵 종으로 축소해서다. 일본이 제시한 ‘과학’에 대한 신뢰는 무너졌다. 심지어 도쿄전력 직원조사 “도쿄전력을 믿을 수 없다”라고 말할 정도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일본 정부가 진실을 감추고 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것들이다. 일본과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라면 ‘일본의 과학’을 의심하는 게 마땅했다. 우리 정부가 보낸 ‘오염수 시찰단’을 꾸렸다. 오염수 시찰단은 꽤 오랫동안 막혀 있던 한일관계를 정상화한 대가로 얻은 성과였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여기서부터 이상해졌다. 우리 정부는 나중에 다 드러날 시찰단 명단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이런 우리 정부 태도를 파악한 도쿄전력은 이런저런 핑계로 ‘과학적 자료’를 보여주지 않았다. 시찰단은 눈으로만 오염수를 확인하고 돌아왔다. 어떤 과학적 접근도 하지 못했다. 

백번 양보해서 거기까지는 일본의 협조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치자. 그런데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안전하다는 취지의 홍보 영상을 만든 것이다. 이것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영상 제작과 홍보비용(10억 원)도 국민 세금으로 썼다. 이 영상에는 우리나라의 권위 있는 과학자가 대거 등장한다. 그들은 “지리 거리와 해양 거리는 다르다. 방류된 오염수가 우리나라에 오는 데는 3~5년이 걸린다.”,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 당시 방사성에 오염된 물은 ALPS로 처리된 물보다 수천 배 많은 양의 핵종 물질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바다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2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이 국제기준에 부합한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 발표 내용을 “존중한다”라며 사실상 방류를 기정사실로 했다. ‘존중’의 표현이 없었다면, 과학을 빙자한 ‘오염수 방류 지지 광고’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또 일본에 과학적 접근을 했다면 이 영상은 정치적 논란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다 보니 그린피스만이 아니라 외신도 한국 정부를 일본의 동조자로 보고 있다. 

오염수 해양투기의 들러리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동조했다는 게 외신의 시각이다. CNN은 “한국 지도자들은 대체로 오염수 방류 계획을 지지했다”라고 보도했다. NYT도 “최근 한·일 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정부의 계획을 지지했다”라고 전했다. 급기야 일본 아사히 신문은 “한국 정부 여당 총선 영향 오염수 조기 방류 요청했다”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우리 정부가 과학 믿어달라는 것은 결국 과학을 빙자한 정치를 한 드러난 셈이다. 일본에 정착해야 할 얘기를 못 한 채 오염수 방류에 강력히 반대하는 야당과 환경시민단체의 입을 막기 위한 정치도구로 활용한 셈이다. 과학의 반대말은 괴담도 가짜뉴스도 아니다. 더욱이 과학은 정치의 도구도 아니다. 정치도구로 쓸 때 과학은 공방의 수단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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