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전 선발 선수 옵션 일깨워 준 한판 승부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하 클린스만호)이 13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튀니지를 상대로 한 평가전에서 4-0 대승을 거두며 급한불을 껐다. 지난 3월 위르겐 클린스만(59.독일)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며 돛을 올린 클린스만호는 그동안 국내와 유럽 평가전에서 취임 기자회견에서 밝힌 공격 축구 색깔이 실종된 패 졸전으로 1승 3무 2패를 기록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튀니지와의 평가전은 그 무엇보다 승리가 절실했고, 또한 공격 축구를 뒷받침하는 확실한 전술, 전략적 축구가 요구됐다.

결과적으로 클린스만호는 대승으로 경기를 마무리지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결과물을 얻었다. 하지만 대승의 경기 내용은 전반과 후반이 상이하여 여전히 클린스만호의 의구심은 유효하다. 분명 클린스만호는 튀니지와의 맞대결에서 이전 6차례 평가전과는 전연 다른 축구로 경기를 소화했다. 먼저 선수들의 컨디션이 최상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전.후반 최전방에서 부터 중원까지 지속된 강한 압박이 이를 증명한다. 때문에 튀니지는 2022 카타르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에서와 같은 경쟁력 우위의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무너졌다.
클린스만호의 강한 압박은 김민재(27.바이에른 뮌헨)가 주축인 포백 수비의 안정성까지 확보시켜, 결국 웨일즈(0-0), 사우디아라비아(1-0)에 이어 3경기 무실점을 기록하는 철벽 수비 구축의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전반전 경기력은 이 같은 압박과 수비력에 비례하지 않는 측면만을 고집하는 단조로운 플레이로 일관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측면 공격을 고집하면서도 효과적인 크로스가 전무하여, 무득점에 그쳤다는 사실은 '옥에 티'가 아닐 수 없다. 이에 전반은 대승과는 반비례하는 답답한 경기였다.
경기는 잘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다. 그렇다면 분명 클린스만호의 후반전은 튀니지 자책골까지 따라주는 행운이 겹치며 잘한 경기로 평가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경기가 잘 될 때는 평소 안되던 플레이도 구사할 정도로 자신감이 충만된다. 후반전 클린스만호가 바로 그랬다. 실로 패스면 패스, 드리블이면 드리블 등 안되는 것 없이, 공수 플레이는 튀니지가 상대하기에는 너무 높은 수준의 축구를 구사했다. 그 공격 선봉에 이강인(22.파르 생제르맹)이 있었고 수비 최후방 김민재(27.바이에른 뮌헨)가 있었다. 그야말로 클린스만호의 후반전 경기력은 다양한 공격과 철벽 수비력이 돋보인 45분이었다.
물론 튀니지의 장시간 비행으로 인한 컨디션 난조와 시차적응 미흡, 이로 인한 체력 유지 문제점 등이 대패를 떠안은 원인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보다는 튀니지의 '시종일관' 왼쪽 측면을 위주로 한 공격과 깊이가 없는 공격 전술은, 경기전 '호적수' 예상과는 달리 클린스만호 대승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클린스만호에게 튀니지전 대승에 대한 의미는 남다르다. 그 중 투 볼란치 홍현석(24.KAA 헨트)과 박용우(30.알 아인), 그리고 양쪽 풀백 이기제(32.수원 삼성), 설영우(25.울산 현대)의 맹활약은, 앞으로 클린스만호의 포지션 경쟁력에 의한 팀 전력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 주기에 충분하다.
튀니지전 대승은 한편으로 팀 사령탑인 클린스만 감독에게도 선수 평가 및 지도력 변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동안 6차례 평가전에서 클린스만 감독의 선발 기용 우선 순위는 손흥민(31.토트넘 홋스퍼)에 의한 공격 축구였다. 그렇지만 효과성이 떨어져 비판의 한 복판에 서는 지도력을 보여줬다. 따라서 이강인을 비롯한 맹활약 선수들에 의한 튀니지전 대승은, 한편으로 황의조(31.노리치 시티), 김진수(31.전북 현대), 황인범(27.츠르베나 즈베즈다)까지 가세하는 선발 옵션의 다변화로 간주된다. 따라서 이제 클린스만 감독이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 전술, 전략 축구로 승화시키느냐 하는 숙제만 남았다.
축구에서 '경기는 잘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다'는 말 뿐만 아니라, '1~2 경기는 잘할 수 있다'라는 말 또한 현실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이 같은 말은 곧 강팀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6차례 평가전에서 클린스만호는 강팀으로 서는 거리가 먼 채 비로소 7경기 만에 개인, 부분 전술에 의한 강팀으로 거듭나는데 성공했다. 클린스만호는 17일 약체 베트남을 상대로 8차 평가전(수원월드컵경기장)을 갖는다. 만약 튀니지를 상대로 대승을 거둔 클린스만호가 베트남에게도 무실점 대승을 거두는데 실패한다면, '경기는 잘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다' '1~2 경기는 잘할 수 있다'라는 말에 발목이 잡히며 또 다시 비판에서 자유스럽지 못할 것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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