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핵독트린 가볍게 여기면 안될 것”
“미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상관없어“
”한국과는 관계 개선 원해“
[서울=뉴스프리존] 임형섭 객원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게 무기를 공급하는 서방국가들을 향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하고 사정거리안으로 재래식 미사일을 배치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핵 사용할 수 있다"
로이터와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새로 건설된 국영 천연가스 기업 가즈프롬 본사에서 열린 세계 주요 통신사 대표와의 만남에서 서방국가들이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실수라고 말했다.
또 미국과 동맹국을 사정거리안에 두도록 재래식 미사일을 배치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두고 핵전쟁 위험이 있느냐는 로이터 통신 대표의 질문에 “어떤 이유에서인지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러시아의 주권과 영토 보전이 위협받을 경우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사용할 수 있다고 믿는 핵 독트린을 갖고 있다. 이것을 가볍게 여기거나 피상적으로 여겨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에서의 적대 행위를 끝내려면 무기 공급을 차단해야 한다”며 무기 공급이 중단되면 적대 행위가 2-3개월 안에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은 한달에 약 5만 명을 잃고 있다”면서 “러시아의 손실은 우크라이나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美 대선에서 누가 돼도 對러 정책 바뀌지 않을 것”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의 관계와 관련해서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러시아에 “큰 의미가 없다”며 미국 국민이 선택한 어떤 대통령과도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선 이후에도 미국의 대 러시아 정책이 바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우크라이나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어떤 것도 바뀔 것이라는 명확한 결론을 내릴 수 없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미래 (미국) 행정부의 우선 순위가 무엇인지는 두고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과 관련해 “경제는 매우 안정적”이라며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들이 중국 경제를 둔화시키려 하는 것은 큰 실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중국과 군사 훈련을 포함해 훈련을 실시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韓, 우크라에 무기공급 안해 감사...관계 개선 희망"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는 점 등을 높이 평가하면서 한.러 관계를 회복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한국 정부와 일을 할 때 어떠한 러시아혐오적 태도도 보지 못한다. 그리고 분쟁 지역에 어떠한 무기 공급도 없다”며 “우리는 이에 대해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보낼 무기를 구하려고 접근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으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우리는 한러 관계가 악화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한반도 전체와 관련해 양국 관계 발전에 관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불행히도 현재 무역과 경제 관계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지만 지난 수십년간 달성한 관계 수준을 부분적으로라도 유지해 미래에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국이 협력의 여러 분야에서 특정 문제들을 만들어 애석하다”라면서 현재 냉각된 한러관계가 러시아의 결정에 따른 것이 아니라며 책임을 한국에 돌리기도 했다.
앞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이후 한국이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무기 공급을 둘러싼 긴장까지 고조되면서 양국 관계는 냉각돼왔다.
"북한은 우리 이웃"
푸틴 대통령은 북한과 관련해 “우리는 다른 누군가가 좋아하든 말든 우리의 이웃인 북한과 관계를 발전시킬 것”이라며 북러 밀착 입장을 재확인했다.
북핵문제와 관련해서는 “북한이 미국 등과 협상할 의지를 반복해서 보여줬다”며 지난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이 성사된 것이 이러한 의지를 나타낸다고 북한을 두둔했다.
푸틴 대통령은 한국에 대해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인 것과 달리 일본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 위기에 일본이 개입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며 “일본과의 대화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입장을 바꿔야만 가능할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일본과 러시아가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쿠릴열도에 대한 질문에 푸틴 대통령은 “쿠릴열도는 우리의 주권 영토인데 왜 방문을 부끄러워해야 하나”라며 “쿠릴열도는 2차 대전 결과로 얻은 우리 영토”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21년 외국 언론과 온라인 대화를 나눴지만 직접 대화한 것은 2019년 이후 처음이다. 러시아 타스 통신이 주최한 이날 회견에는 연합뉴스를 비롯해 로이터 통신과 AP 통신, 교도 통신, 신화통신, 이란 국영 IRNA통신 등 세계 16개국 통신사 대표들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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