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새벽 러 브랸스크에 ATACMS 6발 발사
우크라 "북한 공급 무기체계 보관 무기고 타격"
푸틴 핵무기 사용요건 확대 '핵 교리' 개정 서명
미 정부 "놀랍지 않고, 비례 대응 조처 불필요"
[서울=뉴스프리존]이정우 기자=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제공한 장거리 전술 탄도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로 19일(현지시각) 러시아 본토를 타격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확전할 우려를 낳고 있다.

이 공격은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장거리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한 첫 사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세계 최대 핵무기 보유국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요건을 확대하는 ‘핵 사용 교리’(독트린) 개정에 서명했다.
개정 핵 교리에는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은 비핵보유국에 의한 어떠한 공격도 공동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핵무기 사용을 결행할 요건도 '국가 존립을 위협할 때'에서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에 중대한 위협을 줄 때'로 완화했다.
이는 비핵보유국인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장거리 미사일을 지원하고 사용을 승인한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방 나라도 핵무기 표적에 포함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19일(현지시각) 오전 3시25분 우크라이나군이 접경지 브랸스크주에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 6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 방공시스템이 6발 중 5발을 격추했으며 나머지 1발에도 손상을 입혔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ATACMS 사용 제한을 해제한 뒤 처음으로 이날 러시아 내부 군사 목표물을 이 미사일로 공격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밝혔다.
이는 우크라 국경에서 115km 떨어진 브랸스크주 카라체프 마을 근처 대형 무기고를 공격한 것이라 설명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에이태큼스 사용은 확인해주지 않고 키이우의 무기고에 여러 종류의 장거리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것들을 모두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군과 긴밀한 관계인 블로거 이호르 라첸코프는 텔레그램 채널에 에이태큼스 미사일 두 발 발사 장면이라며 영상을 올렸다.
라첸코프는 영상과 함께 올린 글에 "첫 번째 별이 떠올랐다. 러시아 탄약고가 폭발하면서 하늘이 아름답게 보인다"라고 적었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안드리 코발렌코는 카라체프 무기고에 북한이 공급한 무기체계용 활공폭탄, 대공미사일과 탄약이 보관되어 있다고 텔레그램을 통해 전했다.
우크라이나가 북한군이 배치됐다고 알려진 쿠르스크를 겨냥해 에이태큼스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첫 공격은 브랸스크를 겨냥해 이뤄졌다.
바실리 카신 모스크바 고등경제대학교 통합 유럽·국제연구소장은 이날 러시아 통신 <타스>(TASS)에 이번 공격이 쿠르스크가 아닌 브랸스크에서 단 한 차례 제한된 형식으로 수행됐다는 점에 주목한다면서 "러시아의 반응을 시험하기 위한 공격"이라고 추정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개정된 핵 교리에 따라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의 미사일을 사용하는 것은 동맹국이 러시아를 침략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텔레그램을 통해 주장했다.
이어 "이 경우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나토의 주요 시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대량살상무기로 보복 공격을 할 권리가 있다"며 "이것은 이미 제3차 세계대전"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정부는 이날 핵무기 사용 요건을 확대한 러시아의 새 핵 교리 발표에 대해 놀랍지 않으며, 현재로선 비례적인 대응 조처를 취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 전쟁이 시작된 이래로 크렘린궁은 무책임한 핵 발언과 행동을 통해 우크라이나와 전 세계 다른 국가들을 강압하고 위협하려 해왔다"며 "러시아의 무책임하고 호전적인 발언은 러시아의 안보를 개선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따라서 우리는 자체 핵 태세를 조정할 어떤 이유도 찾지 못했다"며 "러시아에 호전적이고 무책임한 발언을 멈출 것을 계속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국가안보회의(NSC) 뒤 러시아의 핵 태세에 변화가 없으며 미국도 경계 수위를 높일 필요가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즈>는 이날 비핀 나랑 미 MIT대 교수의 “핵 사용 한계를 말만으로 확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견제와 균형에 따른 억제력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다. 핵 독트린을 바꾼다고 미국과 나토, 러시아 사이의 핵 균형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말을 인용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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