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각료회의서 "조선 강국서 선박 살 수도"
동맹 협력 내용 포함 '美조선 재건 행정명령' 서명
미 상호관세 압박 '협상 카드'로 조선협력 주목
HD현대·한화오션, 현지조선소 인수·MOU 등 역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시시각)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한국을 시사하는 “(미국과) 가깝고 조선 실적이 훌륭한 다른 나라”에서 선박을 구매할 의사를 밝히는 등 우리나라 조선업계에 잇단 ‘러브콜’을 보냈다. 이에 조현동 주미대사가 백악관 조선 담당 참모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해 한미 간 조선 협력이 구체화하고 있다.
조선 분야 협력은 당분간(90일) 유예된 미국의 상호관세 압박을 완화할 '협상 카드'로 쓰일 수 있어 정·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하며 "우리는 조선업을 재건할 것"이라면서 "의회에 (선박 구매자금을) 요청해야 할 수도 있지만, (미국과) 가깝고 조선 실적이 훌륭한 다른 나라에서 선박을 구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미국 조선업 재건' 관련 행정명령의 기대 효과 및 지난해 중국과 미국의 선박 건조 수주 현황을 보고한 뒤 나왔다.
왈츠 보좌관은 "지난해 중국(조선소)은 1700건의 선박 건조를 수주했는데, 미국 조선소는 5건을 수주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사실상 더 이상 선박을 건조하지 않는다. 이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면서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에게 매우 큰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그동안 우리는 조선업을 매우 잘하는 나라들이 있고, 이들 국가와 거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들 국가로부터 최첨단(top of the line) 선박을 주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글로벌 조선업계에서 수주량은 중국에 뒤지지만 기술력과 경쟁력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우리나라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와의 첫 통화에서도 한미 간 협력 분야로 조선업을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각) 미국 조선업을 재건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는데 여기에는 동맹과 협력을 지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는 또 관계 부처에 조선업 재건을 위한 '해양행동계획'(MAP)을 수립하라고 지시하면서 동맹국에 있는 조선업체들의 대미 투자를 유치하는 데 도움 될 모든 가능한 인센티브를 계획에 포함하라고 지시했다.

이런 흐름 속에 조현동 대사는 10일(현지시각)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산하에 신설된 조선 담당 사무국인 해양산업역량국의 이언 베닛 선임보좌관을 만났다. 양측은 양국 정상 간의 최근 통화를 토대로 한미 조선 협력을 강화할 방안을 논의했다고 주미대사관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은 중국의 해양 패권 저지가 궁극적 목적이다. 한때 선박 건조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았던 미국은 현재 현지 조선소 20여곳에 발주된 상선 수주잔고가 29척에 불과할 정도로 건조역량이 뒤쳐졌다. 건조역량 후퇴는 해군력 약화로 이어져 미국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미국 해군은 향후 30년간 364척 구매에 1조750억달러(1천600조원)를 투입할 계획을 세웠고, 이 계획에 참여할 동맹국으로는 세계 1위 건조역량을 지닌 한국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빅3' 조선업체인 HD현대와 한화오션을 중심으로 미국과의 협력이 추진되고 있다.

HD현대는 지난 7일(현지시각) 미국 헌팅턴 잉걸스와 '선박 생산성 향상 및 첨단 조선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향후 공동 건조 등에 나설 것을 합의했다.
헌팅턴 잉걸스는 미국 중남부 미시시피주에서 있는 미국 최대 수상함 건조 조선소인 잉걸스 조선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 조선소는 미 해군이 최근 발주한 이지스 구축함 물량의 3분의 2를 건조하는 등 대형 상륙함 및 경비함 전량을 만들고 있다. 해외 조선소와 MOU를 체결한 것은 HD현대가 처음이다.
이보다 앞서 한화오션은 올해 초 국내 조선업체 최초로 미국 현지 조선소인 필리조선소를 인수했다. 필라델피아에 자리한 필리조선소는 1997년 설립 뒤 미국 내 연안 운송용 상선 건조를 전문으로 하며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컨테이너선 등 2000년 이후 미국 존스법이 적용되는 대형 상선의 50%를 공급했다.
두 회사는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하고, 미 해군함에 대한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수주에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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