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복싱협회 주항선 회장이 며칠 전 체육관을 방문 담화를 나눴다.

주 회장을 만나면 만감이 교차 된다. 왜냐면 그는 목포 복싱 역사에 상징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해방 전후로 한국복싱의 중추적인 역할을 한 도시는 원산이었다.

이 고장에서 상하이 박(朴)으로 불리던 박형권을 필두로 한국인 최초의 링 희생자 김정연. 청룡도로 불리던 강타자 이용식. 1932년 최초로 올림픽에 출전한 황을수. 1952년 헬싱키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강준호 등 한국 초창기 복싱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은 걸출한 복서들이 원산에서 대거 쏟아졌다.

목포 복싱협회 주항선 회장
목포 복싱협회 주항선 회장

주항선은 도도히 흐르는 복싱 역사의 물줄기를 원산에서 목포로 회전(回轉)시킨 인물이다. 주 회장은 1959년 목포태생으로 명장 최진태 관장의 지도를 받아 1977년 개최된 제58회 전국체전 LW급 에서 해방 후 목포시에서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후 역대급 복서인 윤영복(경희대) 곽귀근(경북대) 김현호(한국체대)를 차례로 잡고 1981년 5월 마르코스배 대회에 목포 출신 최초의 국가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이를 도화선(導火線)으로 그가 복싱 볼모지 목포의 척박한 황무지를 제거하고 아우토반을 펼치자 그 길을 이현주, 장성호, 권현규, 문성길, 전칠성, 김은동, 김건호, 우용현, 조성근등 목포 출신 선수들이 연달아 질주하면서 복싱의 도시 목포를 알리는 개척자 역활을 했다.

이용장 정희조 대한복싱협회 심판위원
이용장 정희조 대한복싱협회 심판위원

7월은 정렬의 달이다 정렬의 달답게 7월은 김태식, 서성인, 이승훈, 허영모, 황철순, 서강일, 임재근, 김동길, 문성길, 이승훈, 신희섭, 김진길, 지인진, 안래기, 정영근, 박기철, 김응식 등 수 많은 복서가 탄생한 기념비적인 달이다.

이런 뜻깊은 7월 2일 충청남도 청양군 군민체육관에서 제54회 전국 우승권 대회와 회장배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에는 오랜 공백을 깨고 복싱계 도덕군자 정희조 선배가 현장에 심판위원으로 복귀 관심을 끌었다. 1963년 대구 출신의 정희조는 경북체고 2학년 때 전남 대표 성두호 (한국체대)를 잡고 1980년 대통령배 밴텀급을 평정한 복싱 신동이다.

육상선수 출신답게 속도 와 체력이 뛰어난 정희조는 1987년 한미 국가대항전과 세계군인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국가대표 출신의 심판위원이다. 

홍예준과 김중연  관장
홍예준과 김중연  관장

1990년 중리중에서 복싱부 감독으로 변신한 정희조는 1994년 제23회 소년체전에서 플라이급의 하연석이 체급별 우승과 함께 최우수선수상 (MVP)로 선정 되는 등 금메달 3개를 획득 기염을 토했다.

소년체전 최다 금메달은 인천 갈산중 <장한곤 감독>이 2000년 소년체전에서 웰터급 김귀영 밴텀급 김용제. 플라이급 이경식. 페더급 구용진이 획득한 금메달 4개다.

정희조와 룸메이트인 이용장은 1980년 제61회 전국체전 밴텀급 결승에서 전년도 세계 청소년 대표 선발전에서 유승기(한국체대) 임창용(동아대)을 접전 끝에 판정으로 잡고 국가대표로 선발된 김평국(경상대)을 판정으로 잡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친형인 이용선 관장과 함께 대한 복싱협회 심판위원으로 활약하는 이용장은 큰딸이 연세대 통계학과를 졸업한 재원(才媛)이고 큰형인 이용선 관장도 3명의 딸을 전부 전북대학에 장학생으로 졸업시켜 복싱인들의 귀감(龜鑑)이 되고 있다.

홍예준선수 김중연 관장 이준규선수(우측)
홍예준선수 김중연 관장 이준규선수(우측)

이번에 개최된 54회 우승권 대회에서는 남자 80Kg 급에 출전한 SM 체육관 소속의 홍예준이 4강전에서 상지대학 선수를 상대로 5ㅡ0 판정으로 결승전에선 우석대학 (충북) 선수와 맞대결 역시 군말 없는  5ㅡ0 판정승을 거두면서 체급별 우승과 함께 대망의 최우수복서(MVP)에 선정되었다.

홍 선수의 우승은 남해 시청 용인대 상지대 우석대 등 복싱선수를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팀들 속에서 평범하게 취미활동으로 운동하는 복서가 획득한 금메달이라 무게감이 남달랐다. 홍예준 은 SM 프로모션을 총괄하는 홍성민 대표의 조카이기도 하다.

이번 대회에서 최우수 선수상 (MVP)을 수상한 <홍예준>을 발탁 조련한 김중연 관장이 며칠 전 필자의 간청에 흔쾌히 수락과 함께 체육관을 방문 담화를 나눴다.

SM 체육관은 지난 4월에 벌어진 종별선수권 대회에서도 57kg급에 출전한 서성용(문일고) 선수가 은메달을 63.5Kg급에 출전한 이준규(문일고)가 32강전에서 최기현(대전체고) 16강전에서 정유석(충북체고) 8강전에서 고교순위 1위 박태산(부산체고)등을 연거푸 잡아내며 돌풍을 일으켰다.

비록 4강전에서 경북체고에 분패 동메달에 머물렀지만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준규는 이번 104회 전국체전 선발전에서도 발군(拔群)의 기량을 선보이며 서울체고와 휘경공고 선수들을 차례로 잡고 승선에 성공했다.

금천구 시흥동 SM체육관 10관 전경
금천구 시흥동 SM체육관 10관 전경

페더급의 서성용은 복싱 감각이 탁월한 복서다. 복서 겸 파이터인 서성용은 지난해 서울 신인과 전국신인을 연달아 석권한 17세의 유망주다.

2023 종별선수권 대회(페더급)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오늘보다 내일이 기대되는 복서다. 홍예준 을 발탁 조련한 김중연 관장은 SM 제10관을 금천구 시흥동에서 운영하고 있다. 소련이 붕괴한 원년(元年)인 1991년 서울태생의 김중연 관장은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2006년 선친의 사업 실패로 인해 중학교를 졸업하고 16세에 동생과 함께 중국 심양(瀋陽)의 친척 집에 동생과 의탁(依託)하면서 암울한 유소년기를 보냈다.

2008년 귀국한 그는 운명(運命)은 한탄하는 자에게 가혹하고 용기 있는 자에게 길을 열어준다는 격언처럼  굳은 의지로 산업전선에 뛰어들어 난관을 헤쳐 나간다.

그러던 2009년 어느 날 양천구 목동 위치한 SM 체육관에 입관 홍성민 대표의 만남을 계기로 삶의 변곡점(變曲點)을 맞이한다. 

금천구 시흥동 SM체육관 김중연 관장
금천구 시흥동 SM체육관 김중연 관장

홍 대표의 배려로 체육관에서 숙식(宿食)을 해결하면서 김중연은 복싱을 수학한다. 2012년 3월 한국체대에서 서울 신인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 64Kg급에 출전한 김중연은 3게임을 연속 KO 행렬을 이루면서 우승과 함께 최우수복서 (MVP)상을 수상한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전국실업 연맹 대회를 앞두고 복싱을 접는다. 김중연은 홍성민 사단에서 체계적으로 지도자 수업을 받으면서 전환점(轉換點)을 마련한다.

2013년 그가 조련한 정태원이 KBF 신인왕에 오르면서 지도력을 검증받는다. 이후 2018년 금천구 시흥동에 SM 체육관 10관을 설립한다.

3백 평에 달하는 체육관에 시설비(施設費)만 3억이 넘든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서 운영하고 있다. 그는 은사(恩師)인 홍성민 SM 대표가 체육관 설립에 소요되는 막대한 자금을 전폭적으로 지원을 해줘 5년이 지난 현재는 3백명의 회원을 보유한 대한민국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메머드(manmoth) 체육관으로 변천했다. 

김중연 관장 조철제 전무 홍성민 대표(우측)
김중연 관장 조철제 전무 홍성민 대표(우측)

그는 말한다. 스승인 홍성민 대표에게 받은 은혜를 이제는 받은 만큼 후학들에게 되돌려 줘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살고 있다고…. 그와 담화를 나누면서 한사람과의 인연이 사람의 인생을 좌우한다는 평범한 사실과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처럼 가장 절망적인 상황이 최고의 기회란 생각이 스쳐 갔다.

김중연 관장에게 필자가 복싱 선배로 한마디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 살면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끈기다.

기회는 항상 다시 돌아오는데 끈기가 없으면 돌아오는 것을 보기 전에 그만두게 된다. 똑똑하고 재능이 많은 사람 중에 낙오자(落伍者)들이 수두룩한 것은 모두 끈기가 없기 때문이다, 힘들 때나 어려울 때나 꾸준하게 묵묵히 계속하는 것 이것보다 무서운 것은 없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지금 같은 페이스를 최소한 10년 이상을 끌고 가지 못하면 달콤한 열매를 수확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

김중연 관장(우측)과 무서운 아이들
김중연 관장(우측)과 무서운 아이들

끈기의 위력을 알고 있는 나도 서재에 앉아 9년에 걸쳐 줄기차게 스포츠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마치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祈雨祭)를 지낸다는 인디언들처럼 말이다.

김중연 관장 이야기를 쓰면서 문득 코이라는 물고기가 생각난다. 코이 라는 물고기는 작은 어항에서 기르면 10 Cm 이상 자라지 않지만 수족관이나 연못에서는 30Cm 까지 자란다. 강물에 방류하면 무려 120 Cm까지 성장한다. 같은 물고기지만 어항에서 기르면 피라미가 되고 강물에 풀어주면 되어(大魚) 가 된다.

환경에 따라 크기가 달라진다. 같은 사람이라도 주변에서 마음을 다해 도와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면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해진다.

특히 열악한 환경에 처한 소외된 사람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 힘없는 약자들에겐 어항이 아니라 강물처럼 도와주는 환경이 중요하다. 끝으로 차세대 지도자로 발돋움하는 김중연 관장의 무궁한 건승을 바란다.

조영섭 복싱전문기자
조영섭 복싱전문기자

조영섭기자는 복싱 전문기자로 전북 군산 출신으로 1980년 복싱에 입문했다. 

1963년: 군산출생

1983년: 국가대표 상비군

1984년: 용인대 입학

1991년: 학생선수권 최우수지도자상

1998년: 서울시 복싱협회 최우수 지도자상

현재는 문성길 복싱클럽 관장을 맡고 있는 정통복싱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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