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포럼 "자본시장법 대안 될 수 없어"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참석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참석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계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코스피 5000 달성 공약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가장 핵심적인 공약인 상법 개정의 경우 이를 긍정적으로 보는 재계 관계자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이사의 회사와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가 확대될 경우 형법상 배임죄와 맞물려 선의의 경영판단까지 형사처벌 위험이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이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마무리되지만 한국에서는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재계는 이사의 의무 대상으로 주주가 추가될 경우 수많은 주주들의 이익을 모두 만족시키는 해법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고 결국 형사재판의 무리한 제기로 인해 기업들의 이익 활동이 사실상 마비된다는 주장이다.

집중 투표제의 경우에도 경영 안정성을 해치고 기업의 장기 성장 전략을 저해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경제인협회는 국내 600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이 대통령이 언급한 공약을 모두 담은 상법 개정안이 가결될 경우 상장 유지 비용이 12% 이상 늘어날 것으로 봤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PBR(주가순자산비율)이 낮은 기업의 경우 적대적 M&A를 통해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주가 부양’이란 목적을 위해 튼튼한 기업의 자금 조달 수단을 빼았아 가는 헤법이라는 지적이 있다.

기업 본연의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위적으로 PBR이 낮은 종목을 청산한다고 해서 한국 증시의 펀더멘탈이 상승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재계에서는 상법 개정이 아니라 자본시장법 개정만으로도 눈앞에 닥친 국내 주식 시장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자본 시장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오히려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규제 등을 풀어줘야 한다는 것이 재계의 주장이다.

주요 5개국과 한국을 비교하면 유일하게 한국만 형법상 배임, 업무상 배임에 더해 각종 가중처벌 규정이 있어 이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도록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거론한 5000이란 수치에 너무 얽매이는 것도 정책적 건전성을 해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증시 밸류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의 전반적인 펀더멘탈이 좋아져야 하는 것이지 법안을 바꾸고 규정을 교체한다고 해서 문제가 무조건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상장 기업 숫자가 너무 많다며 거래소 개편 필요성을 제기하는 의견도 소수지만 존중할 만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0대 대선 때도 주가지수 5000포인트 시대를 개막한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국내 증시 대외 신뢰도 제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추진 등을 해법으로 제시한 바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서는 상법개정, 집중투표제 활성화, 쪼개기 상장시 기존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 우선 배정, 자사주 원칙적 소각 등의 해법이 제시되고 있다.

(로고=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로고=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상법개정에 대한 대안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을 제안하고 있는 재계의 움직임에 대해 “자본시장법은 대안이 될 수 없다. 비유를 하자면 운전자가 운전을 할 때 교통 규칙을 경부고속도로에서만 지키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본시장법은 아주 협의의 개념일 뿐이다. 상법개정안은 투자자 보호를 천명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한국은 주주나 투자자 보호가 되지 않아서 세계에서 가장 저평가된 주식 시장을 갖고 있다. 자본시장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상법개정을 통해 투자자 보호를 천명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사들의 충실 의무를 주주에까지 확대하는 안으로 이는 글로벌 스탠다드고 OCED 기업 거버넌스 원칙에도 명시돼 있는 사안이다”고 뉴스프리존에 말했다.

주가조작이나 시세 조종에 대해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도입하거나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임직원이나 대주주가 불공정 행위를 할 경우 엄단할 것을 이재명 대통령은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대책들은 과거 코스피와 코스닥이 잠재 가치에 비해 성장하지 못한 이유로 거론되는 대표적인 사안들이다. 이런 대책들이 효과를 발휘했을 때에 진정한 주가 부양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의 역대 최고점은 2021년 7월 6일 기록한 3305.21이다. 코스피 5000까지는 현재 주가 수준을 고려했을 때 달성하기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많은 어려움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외부 요인에 의해 흔들리는 일이 많은 국내 주식시장이 정권 교체라는 수단만으로 밸류업이 가능할지 1400만 주식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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