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로 한국에선 뜨고 일본에선 생매장된다... 그럼 중국은?

최근 정치인의 막말과 욕설이 세상을 시끄럽게 했다. 급기야 성직자도 막말 대열에 가세했다. ‘암컷’ 발언과 쌍벽을 겨눌만한 험담이다. 그것은 남자의 성기를 암시하는 ‘방울’. 그것도 민주화운동의 산증인으로 칭송받던 ‘원로신부님’의 입에서 이처럼 천박하고 유치한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 정치인과 성직자의 발언만이 아니다. 그보다 더 기막힌 일도 수두룩하다. 수업 중인 교실에 난입한 학부모가 자녀 앞에서 선생님의 멱살 잡고 욕을 했다. 한 고등학생이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욕을 한다고 아버지에게 폭행한 일도 있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경악할만한 사건이 한둘이 아니다. 고등학생이 60대 할머니에게 담배 심부름을 시키고 이를 거절했다. 할머니에게 ‘꽃’으로 희롱하며 욕을 퍼부었다. 국회의원(민주당)이 국회 권위의 상징인 국회의장(당시, 의장 박병석)을 향해 ‘GSGG’란 문자를 날렸다. 무슨 의미입니까. ‘개xx’로 해석될 수 있는 머리글자다. 

어른은 아이의 스승이다. 우리 아이들은 초등학교에서 욕을 배우고 중학교에서 가장 많은 욕설을 사용한단다. 한 언론기관이 한 중학교 교실에서 관찰카메라를 설치했다. 카메라를 설치한 사실을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한 학생이 평균 84초에 한 번씩 육두문자를 썼다. 욕설이 습관이 된 것이다. 정말 심각한 지경이다. 청소년이 주로 쓰는 욕설인 ‘존나’ ‘졸라’, ‘쪽팔린다.’, ‘십X(18)’은 ‘감탄사’나 ‘접미사’, ‘접두사’ 정도로 쓰고 있다. 쓰지 말아야 할 욕지거리인 줄 모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욕을 하는 이유를 물어봤더니 ‘남들이 쓰니까’,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친근감의 표시’, ‘남들이 만만하게 볼까 봐’ ‘편해서’ ‘누군가를 무시하거나 비웃기 위해’ 등이란다.

참으로 부끄럽다. 우리나라 사람은 왜 이렇게 욕을 하는 것일까. 욕설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나 있다. 인간을 ‘호모 욕프쿠스’, 즉 ‘욕을 하는 인간’이라고 규정하기도 한다. 인간이라면 욕을 안 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욕설과 막말은 사회적 금기이기도 하다. 욕설을 내뱉는다는 의미는 금기를 깨는 것과 같다. ‘욕’을 ‘남의 인격을 무시하는 모욕적인 말, 또는 남을 저주하는 말’로 정의한다. 욕설의 본질이 모욕과 저주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모욕이나 저주할 대상, 분노의 대상이 많은 것인가. 욕설은 ‘사회의 심리적 설사’라는 말이 있다. 실업에서 빈곤에서 비롯된 경제난, 스트레스와 불평등에서 야기된 사회적 불안정 등을 손쉬운 해결하려는 심리에서 욕설이 튀어나온다.

《욕은 이롭다》의 저자 엠마 번 박사는 욕설과 막말을 통증 조절 과정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한다. 이를 입증한 실험이 있다. 얼음물 속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참느냐는 실험이었다. 욕설을 허용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오래 견뎠다. 평균 40초 정도다. 그 원인은 욕설이 우뇌에 있는 편도를 자극한 결과란다. 하지만 욕설의 한계효용은 제로다. 즉시 되풀이된 실험에서는 두 그룹에 차이가 없었다. 이 때문에 과학자도 욕설이 통증을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번복했다. 더 중요한 것은 욕설은 반드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그 과정에서 확대 재생산된다. 사회는 저질화되고 거친 육성이 지배하게 된다.

그럼 조선시대에도 우리나라는 욕설과 막말이 난무했을까. 물론 그렇지 않다. 조선은 유교를 국시로 삼았다. 소설이나 판소리 등을 보면 ‘년’이니 ‘놈’이 하는 욕설이 엄청 많이 나오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맞다. 하지만 당시에는 ‘년’과 ‘놈’은 욕설이 아니었다. ‘놈’은 타인을 뜻하는 ‘남’이 변한 말이다. ‘년’은 ‘어느 사람, 어느 것의 ‘여느(他)’에서 비롯됐다. 고(故) 양주동 박사의 주장이다. 

그렇다고 ‘욕설 청정국가’는 아니었다. 조선시대 욕은 지역색이 뚜렷했다. 한양에서 주로 ‘범죄’와 관련된 게 많다. ‘우라질’은 ‘오라질’에서 나왔다. ‘오라질’은 포승줄이다. ‘경(黥)을 칠 놈’은 지금도 쓰인다. 여기서 ‘경’은 ‘죄를 지어 얼굴에 한 문신을 뜻한다. 경상도에선 ‘문둥이’, 전라도에서는 ‘잡것’, 함경도 등의 북쪽에선 여자를 낮춰서 칭하는 ‘간나새끼’가 욕으로 쓰였다. 충청도에선 ‘염병’, ‘땀 못 낼 놈’ ‘자식 두고 상처할 놈’이라는 표현이 욕이었다. 지금처럼 성기나 성관계 혹은 동물과 관련된 비속어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하긴 여성의 성기를 지칭하는 낱말을 입에조차 올리지 않았다. 한 양반이 외도한 아내의 음부 등을 돌로 쳐 죽였다. 양반의 살인 사건은 왕에게 보고해야 할 중대한 사건이다. 그러나 사헌부는 보고서를 못 올렸다. ‘음부’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결국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곳’이라고 표현해서 보고했다. 이런 지경이니 여성의 성기를 빗댄 욕설을 한다는 건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다. 

그럼, 성기나 섹스와 관련된 욕설이 많아진 원인은 무엇일까. 그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욕쟁이 나라’로 이름난 스페인에 관한 언급을 인터넷에서 봤다. 스페인에는 욕설에 금기가 거의 없단다. 민주주의 도입과 관련이 깊다는 게 인터넷 설명이었다. 민주주의는 표현의 자유를 확대했다. 친밀감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욕설이 정착됐다. 결국 스페인은 한 때 욕설이 넘치는 사회가 된다. 우리도 귀담아들어야 할 것 같다. 밥을 먹는 게 아니라 욕을 먹으러 가는 식당이 있을 지경이 아닌가. ‘욕쟁이할머니집’ 말이다. 욕설이 친근감을 넘어 상술이 되는 나라는, 단언하건대 우리나라밖에 없다. 욕설에 너무 관대하다.

일본은 욕설에 대한 인식은 우리와 크게 다르다. 욕설을 ‘아쿠타이(惡態)' 또는 '와루쿠치(惡口)'라고 한다. 사회적으로 용인하지 않다는 의미다. 가장 흔한 비어가 사이테(最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바가야로(바보)’를 비롯해 시네(죽어라), 히고쿠민((非國民)이 있다. 우리가 보기에는 욕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도 민망하다. 

그럼 일본은 어떻게 욕설을 멀리하는 사회가 된 것일까. 가마쿠라(鎌倉) 막부(1185~1333년)는 무가법(武家法)에 ‘욕설 죄’를 만들었다. 막말꾼을 매로 다스렸다. 그 이후에는 법보다 전통이 더 강한 법이 됐다. 전통이었던 무라하치부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무라하치부는 집단 내에서 지켜야 하는 질서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 마을에서 따돌림을 당한다. 따돌림은 마을의 규칙을 어기거나 유력자의 눈에 난 사람에 대한 징벌이다. 이것은 마을 공동체의 추방을 의미한다. 유력자는 사무라이다. 사무라이의 눈에 밖에 나면 죽지 않는 것만도 다행이다. 길에서 예의를 표시하지 않으면 즉석 처형을 사무라이는 벌을 받지 않는다(이에야스 법령). 이런 기록은 유길준이 쓴 서유견문에도 나온다. 그런 사회에서 육두문자를 쓴다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분위기는 태평양 전쟁을 겪으면서 더 강화됐다. 나라 혹은 천황에 충성하지 않는 사람을 따돌렸다. 군대의 부름에 응하지 않거나 귀국하지 않는 사람을 ‘히고쿠민이라고 했다. 히고쿠민이 가장 험한 욕설이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욕설한다는 것은 곧 절교를 의미한다.

성기나 동물을 빗댄 욕설을 아예 없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일본에서는 성을 생리적 현상 이상으로 생각했다. 기쁨이나 축복으로 여겼다. 그런 사회에서 성과 성기를 욕되게 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중국 사람은 시끄럽다. 종종 공공장소에서 소란스럽게 떠뜨는 모습은 중국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다시피 했다. 하지만 소란 속에서도 욕설을 듣게 될 기회는 많지 않다. 중국 사회에서는 욕설에도 등급이 있다. 반진(半斤)와 왕바(王八), 량바이우(兩百五)가 있는데 모두 ‘모자란 사람’으로 해석된다. 이 정도는 옐로우카드 감이다. 레드 라인을 넘는 수준은 성기와 조상을 거론하는 것이다. 가장 험한 욕은 차오니마다. ‘어머니를 범한다’라는 의미다. 더 심한 욕이 있다. ‘차오니 쭈쭝스바다이’다. 18대 조상까지 범한다는 의미다. 이런 말을 했다가는 인간관계의 단절이다. 아니 이 말을 들은 사람은 욕쟁이를 죽인다고 달려들지도 모른다.

중국의 이중성은 욕설에도 드러난다. 인터넷상에 두드러진 현상이다. 인터넷 발달과 함께 중국인들도 익명성 속에 숨어서 욕설하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욕설을 영어 첫 글자로 표현한다. 예를 들면 비엔타이(변태)는 bt, 샤비(멍충이)는  sb, 비비는 bb(바보), 차오니마는 cao로 표현한다. 중국어로 욕설하면 중국어의 위상이 격하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다른 나라 사람을 비하하는 욕설이 유난히 많다. 이 또한 중국 욕설의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한국인과 조선족을 ‘까오리 빵즈(高麗棒子)’라고 폄하한다. 일본인을 ‘리번 구이지(日本鬼子)’라고 비하한다. 러시아인을 ‘마오지(毛子)’라고 얕본다. 미국인을 메이구오라오(美國佬)라고 격하한다.

그런데 최근 여성이, 그것도 국가대표 선수가 전 세계에 중계방송되는 경기에서 ‘차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서 국제 망신을 당한 일이 있다. 2020년 도쿄올림픽 경기 때의 일이다. 한국과 맞붙은 중국 여자 복식 배드민턴 선수가 경기 도중 수시로 기합을 넣었다. ‘차오’라고. 나중에 이것이 기합 소리가 아니라 욕설임을 알고 세계는 경악했다. 차오는 그들끼리도 숨기고 싶어 하는 ‘b’다. b는 중국어로 여성의 성기를 뜻하는 ‘逼(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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