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서명 포고문 공개...한국·EU 적시
기존 관세 예외, 국가안보 우려 해소 안돼
반도체·차도 관세 검토, 수출업종 전반 영향
상호관세는 11일(현지시각) 또는 12일 발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철강 알루미늄 관세 포고문에 서명한 뒤 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REUTERS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철강 알루미늄 관세 포고문에 서명한 뒤 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REUTERS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각) 발표한 철강·알루미늄 25% 관세가 우리나라에도 전면적으로 적용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트럼프발 ‘관세 폭탄’이 국가와 품목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에 걸쳐 확산되면서 우리도 직접적 영향을 받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서명한 철강·알루미늄 관세 포고문에는 집권 1기 때인 2018년 철강제품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일부 예외를 적용했던 한국 등에도 일률적으로 25% 관세를 적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포고문은 한국,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 캐나다, 멕시코, 유럽연합(EU) 회원국, 일본, 영국 등 집권 1기때 25% 관세 예외를 적용했던 국가들을 열거하며 이들 국가와의 합의가 국가 안보 우려를 해소하는 데 효과적이고 장기적인 대안을 제공하지 못했다면서 3월12일자로 각국과의 기존 합의를 폐기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포고문은 그러면서 한국 등 각 나라가 이날 발표한 25% 관세의 적용을 3월12일부터 받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래프=연합뉴스)
(그래프=연합뉴스)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도 2018년 무역확장법 232조를 철강에 적용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전 세계 철강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협상을 거쳐 263만t까지 무관세 쿼터를 적용받아 왔다. 

이번 관세 조치로 글로벌 최대 시장인 미국 시장에 접근하지 못하는 중국의 저가 철강 제품들이 유럽·동남아 등 세계 각지로 쏟아져 나오면 한국산 철강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공급 과잉과 함께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관세 25% 부과를 공식 발표한 11일 경기도 평택항에 선적을 기다리는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관세 25% 부과를 공식 발표한 11일 경기도 평택항에 선적을 기다리는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내 생산시설을 갖춘 철강사가 수혜를 보게 돼 국내 철강사들이 생산시설 이전을 고려할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미국에 첫 제철소를 짓기로 하고 루이지애나주를 유력한 후보지로 살펴보고 있다. 포스코는 미국 내 생산 기지 신설을 검토하고 있고, 이미 미국에 생산 기지를 둔 세아제강은 현지 증설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포고문에 서명하는 자리에서 "앞으로 몇주간 철강과 알루미늄 뿐 아니라 반도체와 자동차, 의약품에 대해 들여다볼 것이며, 그 외 다른 두어개 품목에 대해서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우리나라 주요 대미 수출품인 자동차와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도 검토 중임을 뜻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선적을 기다리는 수출용 차량들이 11일 경기도 평택항에 빼곡히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선적을 기다리는 수출용 차량들이 11일 경기도 평택항에 빼곡히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철강과 알루미늄을 많이 쓰는 자동차 업계는 소재와 완성차가 모두 관세 부과 대상이 될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1대를 생산하는 데 철강 1t, 알루미늄 250㎏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생산한 철강과 알루미늄을 미국으로 들여와 북미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중심으로 현지 생산량을 연간 118만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었던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원가 부담이 늘어난 셈이다.

철강에 대한 추가 관세는 가전업계에도 불똥이 튈 것으로 보인다. 냉장고와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만들 때 원자재에서 철강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LG전자는 테네시주에 각각 가전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멕시코산에 대한 관세 부과와 멕시코 우회 수출 제재 방침으로 미국 내 라인 확대 등을 검토하던 와중에 철강 관세 부과까지 더해져 복잡해진 해법을 모색 중이다. 이에 가전업계는 미국산 강판 구매 등 대응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반도체 업계는 아직 구체적인 관세 부과 방침이 나오지는 않은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으로 어느 정도 세율로 관세가 부과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당장은 어떤 영향이 있을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후속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부정적인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범용 메모리는 이미 중국 업체의 공급량 확대로 가격이 크게 떨어져 있고, 첨단 제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경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전 세계 HBM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어 생각보다 관세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제 우리 기업과 경제 당국의 눈길은 다시 백악관으로 모아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일(현지시각) 또는 12일에 상호관세를 발표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에 대해 "매우 간단하게 만약 그들이 우리한테 (관세를) 청구하면 우리도 그들을 청구할 것이다. 그게 전부다"라고 애매하게 말했다. 이에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는 우리나라가 포함될지 대미 수출기업들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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