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 후광 일찍 벗어난 창업 3세
2000년대 10위권서 글로벌 빅3로
정주영 밥상머리 교육서 '실용' 체득
'트럼프 관세폭탄'에 이른 현지화 대응

[편집자주] 전 세계를 상대로 한 트럼프발 관세 압박에 각 나라의 주요 기업들이 불확실성의 늪을 헤메고 있다. 상대적으로 이른 현지화 전략으로 ‘현실 맞춤형’ 대응 전략을 보이고 있는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에 대해 3회에 걸쳐 짚어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창업 3세지만 선대의 후광을 일찍이 벗은 경영인이란 평가를 받는다.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회장이 1967년 자동차 산업에 재도전해 세운 현대자동차를 글로벌 빅3에 진입시킨 성과가 이를 입증한다.
이에 더해 정 회장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나란히 서 31조원 규모의 대규모 현지 투자계획을 발표해, ‘트럼프발 관세폭탄’에 긴장한 세계의 이목을 현대차로 끌어들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자동차는 미국에서 철강을 생산하고 자동차를 만들 것이므로 결과적으로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화답했다.
현대그룹을 창업한 정주영 회장은 1946년 서울 중구 초동에 땅 2백여평을 불하받아 현대자동차공업사를 설립했지만 한국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고 부산으로 피난했다. 그 뒤 현대건설을 세워 전후 복구를 배경으로 급성장한 뒤 다시 현대자동차를 설립했다.

정 창업회장의 장남 몽필씨가 사고로 타계해 사실상 장남 역할을 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현대그룹이 계열 분리된 2000년 현대차그룹 초대 회장이 됐다. 정 명예회장은 ‘품질 경영’을 앞세워 내실을 다지며 현대차그룹을 2019년 기준 54개 계열사에 248조의 자산을 보유한 대기업집단으로 성장시켰다.
정 명예회장의 3녀1남 중 막내인 정의선 회장은 2020년 10월 현대차그룹 회장에 올랐다. 앞서 2005년 기아차 대표를 맡아 아우디와 폭스바겐 등에서 디자인을 총괄한 피터 슈라이어(현재 현대차 디자인경영담당 사장)를 영입하는 등 ‘디자인 경영’을 주도해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현대차그룹은 2000년대까지 세계 완성차 판매 순위에서 10위권 수준에 머물렀다. 2010년 미국 포드를 제치고 글로벌 톱5에 진입한 뒤 5위권에서 정체된 모습을 보였다. 정의선 회장 취임 뒤 2022년 연간 글로벌 자동차 판매 순위에서 사상 처음 3위(684만대)에 올랐다. 지난해까지 일본 토요타그룹과 독일 폭스바겐그룹에 이어 빅3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 회장은 휘문고 재학시절 서울 종로구 청운동 정주영 창업회장 자택에서 함께 살았다. 그가 소개한 일화에 따르면 매일 아침 5시반 할아버지와 아침식사를 했다. 그 자리에서 “시류를 따라야 한다”는 정주영 회장의 말을 수차례 들었다고 전했다. 실제 정주영 회장은 1988년 12월 국회에서 열린 ‘5공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시류에 따랐다”고 증언한 바 있다.
창업주의 밥상머리 교육은 손자 정의선에게 현실을 직시하는 ‘실용’의 DNA를 새긴 듯하다.
1986년 엑셀로 미국에 진출한 현대차는 2005년 앨라배마 공장 준공에 이어 2010년 기아 조지아 공장, 올해 HMGMA를 완공해 수요가 있는 곳에서 생산하는 ‘지역화 전략’을 꾸준히 지속해 왔다. 마침 미국 내 생산시설 유치를 정책 1순위로 삼은 트럼프 정부 출범이란 ‘시류’를 맞아 백악관 퍼포먼스가 성사됐고, “현대차는 위대한 기업(Great company)”이란 트럼프 대통령의 상찬을 끌어냈다.
그럼에도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 판매된 차량의 33%만을 미국에서 조립했다. 미국에서 가동에 들어간 공장과 또 증설을 통해 120만대까지 끌어올리기로 한 생산 역량을 조기에 높여 관세 부과 물량을 최소화할 과제를 안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달 6일 사내 임직원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트럼프 정부 고율 관세에 대해) 걱정만 할 게 아니라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더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관세 대응과 이런 발언을 통해 ‘실용적 혁신’을 지향하는 그의 경영철학 일단이 드러난다. 2회·3회를 통해 과감한 투자와 경영 결단으로 이어진 그의 리더십을 상세히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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