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씨앗 빌려서라도 뿌려야"
성장엔진 AI·R&D 분야에 예산 집중
27조원 지출조정에도 국가채무 50% 돌파

이재명 정부 첫 본예산인 내년도 예산안이 올해보다 8% 이상 증가한 728조원으로 편성됐다.
이 대통령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2026년도 예산안을 의결하기 위한 국무회의에서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전임 정부의 2~3%대 '긴축재정'과 달리, 재정의 '성장 마중물' 역할을 강조하며 총지출 증가율을 8%대로 끌어 올려 '확장재정'으로 돌아선 배경인 이른바 ‘씨앗론’이다.
성과가 나는 부분에 집중 투자해 경제 성장을 극대화하겠다는 인식에서 인공지능(AI), 연구·개발(R&D) 분야에 예산을 집중적으로 배정했다.
역대 최대 규모인 27조원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빠듯한 세수여건 탓에 상당 재원은 국채 발행으로 충당한다. 국가채무는 1400조원을 넘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50%선을 돌파하게 된다.
세수 기반을 확대해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는 '선순환 구조'를 달성하겠다는 전략이지만, 재정 투입 분야가 성과를 내기까지 중단기적 재정여건 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내년 예산안은 9월 초 국회에 제출돼, 각 상임위원회 및 예산결산특위의 감액·증액 심사를 거쳐 오는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확정된다.
총수입은 22조6천억원(3.5%) 증가한 674조2천억원으로 편성됐다. 국세를 7조8천억원(2.0%) 더 걷고, 기금 등 세외수입은 14조8천억원(5.5%) 늘려 잡았다.
총지출은 54조7천억원(8.1%) 늘어난 728조원으로 짜였다.
윤석열 정부가 편성한 2025년도 본예산 673조3천억원과 비교해 8.1% 늘어난 규모로, 2022년도 예산안(8.9%) 이후로 4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의무지출은 365조원에서 388조원으로 23조원(9.4%), 재량지출은 308조3천억원에서 340조원으로 31조7천억원(10.3%) 각각 늘었다. 의무지출이 전체 지출의 53.3%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예산안 브리핑에서 "단순히 확장적 재정운용이 아닌, 성과가 나는 부분에 제대로 쓰는 전략적 재정운용이 필요하다"며 "재정이 회복과 성장을 견인하고 선도경제로의 대전환을 뒷받침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총지출 증가분(54조7천억원)의 약 절반에 달하는 27조원에 이르는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을 한다. 2023년(24조1천억원)과 2024년(22조7천억원), 올해(23조9천억원)에 이어 역대 최대 규모다.
불필요하거나 성과가 낮은 1300여개 사업은 폐지됐다.
내년 국채 순발행 규모는 116조원이다. 이중 총지출 부족분을 충당하기 위한 적자국채는 110조원이다.
국가채무는 1273조3천억원에서 1415조2천억원으로 141조8천억원 불어난다. GDP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8.1%에서 내년 51.6%로 3.5%포인트 오른다.
정부는 GDP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오는 2029년 50%대 후반 수준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재정증가분은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사업에 집중됐다.
3조3천억원에 불과했던 AI 예산은 10조1천억원으로 3배 넘게 늘어난다.
정부는 로봇·자동차·조선·가전·반도체 등 주요 제조업을 중심으로 '피지컬 AI' 선도국가 도약을 목표로 삼고 있다. 공공 부문에도 2천억원을 투입해 '공공 AX(AI 전환)'에 나선다. AI 인재 양성 및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에도 예산을 투입한다.
R&D 예산은 올해 29조6천억원에서 내년 35조3천억원으로 5조7천억원(19.3%) 늘어난다. 역대 최대 인상 폭이다. 연구·개발 분야 중 AI(A), 바이오(B), 콘텐츠(C), 방산(D), 에너지(E), 제조(F) 등 이른바 'ABCDEF' 첨단산업 기술 개발에 올해보다 2조6천억원 늘어난 10조6천억원이 투입된다.
통상현안 또는 탄소중립 이슈가 있는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에는 4조1천억원(14.7%) 증가한 32조3천억원이 배정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증액 압박을 받고 있는 국방예산은 5조원(8.2%) 불어난 66조3천억원으로 짜였다.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269조1천억원으로 20조4천억원(8.2%) 늘어난다.
그밖에 일반·지방행정 121조1천억원, 교육 99조8천억원, 농림·수산·식품 27조9천억원, 사회간접자본(SOC) 27조5천억원, 공공질서·안전 27조2천억원씩이다.
이른바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을 뒷받침하려고 거점국립대학에 총 8733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올해(3956억원)보다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사회안전망 강화에 필요한 예산도 크게 오른다.
기초생활보장을 위한 생계급여액이 4인 가구 기준 월 207만8천원, 1인 가구 82만1천원으로 각각 12만7천원, 5만5천원 오른다.
이재명 대통령 공약인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도 내년에 시범 도입된다.
인구감소 지역 6개 군을 공모해 주민 24만명에게 월 15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해당 예산으로 1703억원이 배정된다.
24조원 규모의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로 국비보조율도 올린다.
7세 이하 모든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지급되는 아동수당을 내년엔 8세 아동도 받을 수 있게 된다.
고령화 대응을 위한 정부 예산도 올해 25조6천억원에서 내년 27조5천억원 규모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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