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사·대통령실 인사로 드러난 공정성장
기업인과 접점 늘려온 이재명 대통령
성장 드라이브 한편 공정 원칙에 기업은
이번주 삼성·SK·현대차·LG·롯데 총수 회동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사와 대통령실 인사를 통해 드러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의 두 축은 ‘성장’과 ‘공정’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취임사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고, 성장의 기회와 결과를 함께 나누는 ‘공정성장’이 더 나은 세상의 문을 열 것”이라며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첨단 기술 산업에 대한 대대적 투자와 지원으로 미래를 주도하는 산업 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 대통령실 인사에 드러난 공정성장
6일 대통령실 경제 참모 임명에서도 공정성장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가 드러난다.

이 대통령은 기존 경제수석의 직책 이름을 ‘경제성장수석’으로 바꾸고 하준경(56)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를 발탁했다. 한국은행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위원으로 활동한 하 수석은 이번 대선에서도 이재명 캠프에서 공정성장을 중심으로 한 ‘성장 담론’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브라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당시 경제성장의 핵심 엔진으로 기업가의 '창조적 파괴'를 강조한 조지프 슘페터의 성장론을 연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슘페터는 기업가란 ‘혁신을 일으키는 개인들’로 기업가정신은 ‘기술혁신을 통해 창조적 파괴를 실행하는 기업가의 노력과 의지’라고 정의했다.
대통령실 정책실장에 임명된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은 코로나19 팬데믹을 비롯한 경제위기 대응 경험이 풍부한 실력파 경제 관료다. 신설된 수석급 재정기획보좌관에 기용된 류덕현 중앙대 교수는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해 온 재정 전문가다.
AI 3대 강국 등 성장 전략과 기후위기 등 미래과제를 담당할 ‘AI 미래기획수석실’ 신설도 이날 발표하고 인선을 진행 중이다.
◇ 이 대통령, 기업인과 접점 늘리기

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경선후보이던 지난 3월20일 서울 강남구 ‘삼성 청년 SW 아카데미'를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기업이 잘 돼야 나라가 잘되고, 삼성이 잘 살아야 삼성에 투자한 사람들도 잘 산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4월27일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튿날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찾았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등이 참석한 ’AI 메모리반도체 기업간담회‘에서 반도체 산업의 현황을 듣고 미래 첨단산업 육성이 가장 중요한 과제임을 강조했다. 반도체특별법 제정과 세제 혜택 확대, 용인 클러스터 전력 공급 방안, 인재 양성 등 정책공약도 발표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는 5월8일 경제5단체장 간담회에서 만나 일본과의 경제 연대와 해외 인재 유입 등을 제언한 최 회장에게 "어쩌면 그렇게 저하고 생각이 똑같냐"며 공감을 표했다.
2024년 11월에는 SK그룹이 주최한 'SK AI 서밋' 행사장을 찾아 최 회장과 AI 산업 지원 방향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시절인 2021년 경기 화성시 현대차·기아기술연구소를 찾아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함께 수소버스와 자율주행차를 동승했다. 4대 그룹 총수를 공개적으로 처음 만난 당시 이 지사는 "불합리하고 불필요한 규제들이 자유로운 기업·경제활동을 제한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정책공약집을 통해 “친환경 차·자율주행차 등을 지원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한편 탄소 중립 실현도 앞당기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 이재명 정부 출범... 기업 반응
대선을 앞두고 대기업 총수 등 기업인들과 접점을 넓혀온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되자 개별 기업 입장에서 가장 먼저 공개 입장을 낸 기업은 AI 선도기업인 챗GPT 개발사 오픈AI였다. 이 회사의 최고전략책임자(CSO) 제이슨 권은 엑스(X·옛 트위터)에 "지난주 한국에서 대통령님의 팀과 만나 글로벌 AI 선도 국가를 향한 비전과 모든 국민이 AI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확고한 의지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그 여정에 함께하며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적었다.
최근 한국에 법인을 설립한 오픈AI는 서울 지사에서 근무할 6개 직군을 채용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미디어를 통해 관례에 따른 축하 광고를 내고 조심스레 관망하는 분위기다.
삼성과 SK, 현대차 등 주요 기업들은 구체적 입장을 내지 않고 예정된 내부 회의를 열어 이재명 정부의 기업 관련 공약과 정책 과제를 살펴볼 예정이다. 또 대통령실 인사와 경제 분야 정부조직 개편, 이에 따른 초대 내각 인선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K그룹은 이번 주 13∼14일 연례행사인 경영전략회의(옛 확대경영회의)를 열어 계열사별로 추진 중인 리밸런싱(구조조정) 상황을 점검하고 사업 계획을 논의한다. 이 자리에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주요 계열사 CEO 30여명이 모두 참석한다.

삼성전자는 다음 주 17일부터 19일까지 주요 경영진과 해외 법인장 등이 참석하는 글로벌전략회의를 연다.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 직무대행과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이 각각 주재하는 이 회의에서 사업 부문별·지역별로 현안을 공유하고 내년 사업 목표와 영업 전략 등에 대해 논의한다.
해외권역본부장 회의를 수시로 열어 온 현대차그룹도 회의를 열 예정이다. 기아는 이달 중 회의를 열어 글로벌 생산·판매 현황 및 전략을 점검한다.
LG그룹은 해마다 열어 온 투자점검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상반기마다 열던 전략보고회를 생략하는 대신 투자점검회의에 집중하고 있다.

◇ 새 정부 ’공정성장‘에 기업 투자 보따리 풀까
이들 국내 대표 기업들이 전략회의를 통해 투자 계획을 내놓을지 정·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 새 정부가 출범하면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 5월 삼성, SK, 현대차, LG, 롯데 등 5대 그룹과 포스코, 한화, GS, 현대중공업그룹, 신세계, 두산이 당시 발표한 향후 국내 투자액은 1060조6천억원에 달했다.
당시 삼성은 향후 5년간 반도체·바이오·신성장 IT(정보통신)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 45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고, SK그룹과 LG그룹은 2026년까지 각각 247조원, 106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3년여 동안 63조원을 투자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성장에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공정이란 원칙도 내세우고 있다. 취임 이튿날인 지난 5일 공정거래위원회 인력 충원 검토를 지시해 후속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공정위는 거대 플랫폼 기업이 사회·경제적 책임을 다하는지 살피는 한편 대기업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나 편법적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익편취 등도 점검한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오는 12∼13일 중 용산 대통령실에서 삼성·SK·현대차·LG·롯데 등 5대 그룹 총수 및 경제 6단체장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동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와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대기업 집단에 성장 전략에 대한 기대와 공정경제란 긴장을 모두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재명 정부 출범에 기업들이 어떤 투자 보따리를 풀어놓을지 '정중동' 속 관심이 모이고 있다.
- [이재명 정부 경제정책 방향]②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 재계 긴장 털어낼까
- 이재명, 21대 대통령 취임... "국민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 되겠다"
- [이재명 정부 경제정책 방향]①성장과 분배 모두 잡아야...재정 투입으로 경제살리기 총력
-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 "내란 극복...경제·민생 회복 확실히"
- 이재명 민주당 후보, 21대 대통령 당선..."국민 위대한 결정에 경의"
- [이재명 정부 경제정책 방향] ④금융정책에 은행들 부담 크지만 수혜도 받을 듯
- 삼성전자, 관세·전쟁 등 글로벌 격랑 속 하반기 전략 논의
- 최태원, 기업의 사회문제 해결 화폐 치환...'사회적 가치 거래' 제안
- 이재명 대통령실, 윤 정부 출입 퇴출 매체·협회 원상회복
- 이재명 대통령 'AI 3대 강국' 행보..."SK·아마존 시작, 글로벌 협력 기대"
- 파운드리 부진에 홍보보다 '내실'...삼성, 파트너 행사 축소·비공개
- 이재명 정부 첫 본예산 728조·8%대 확장재정...성장 불씨 '씨앗론'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