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복서 김태호, ‘검은 9월단’에 날아간 대망(1)

지난 7월 23일 자, 문성길 복싱클럽 조영섭 관장님이 <천재 복서 김태호, ‘검은 9월단’에 날아간 대망>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기사를 2회에 걸쳐 올립니다.

갑자기 덕화만발에서 웬 ‘천재 복서 김태호’의 이야기를 올리느냐 의아해 하시겠지만, 바로 김태호 전수가 저 김덕권(길호)의 막내 아우입니다. 그런데 저도 잘 기억 못 하는 파란만장한 김태호 선수의 활약상을 ‘조영섭 관장’님이 조명해 주셔서 덕화만발에서도 그 감사한 마음을 전 세계에 전하는 것으로 표하는 것입니다.

또한 김태호 선수와 함께 애환(哀歡)과 청춘을 불사른 저의 전생 사(前生史)의 한 페이지였습니다. 그래서 글로 남기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으로 여겨 2회에 걸쳐 옮깁니다.

【[조영섭의 잊을 수 없는 순간과 선수]

『천재 복서 김태호, ‘검은 9월단’에 날아간 대망』

김태호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설적인 복서 중 한 명이다. 가끔 필자의 체육관에 들릴 때면 그가 국가대표로 출전한 1970년 방콕아시안게임과 1972년 뮌헨올림픽 때 발생한 비화(祕話)가 떠오른다.

1. 김기수에 이어 두 번째 고교생 국가대표

1952년 6월 서울에서 태어난 김태호는 1965년 장충 중학교에 입학했다. 한화 그룹 김승연 회장과 장충 중 동기 동창이다. 중학교 때 야구 선수로 활약한 김태호는 1966년 서울 성동 중앙 체육관에 입관 복싱 선수로 전환한다. 천부적인 스피드와 동물적인 복싱 감각을 지닌 순발력을 바탕으로 졸업 반인 1967년부터 전국 무대를 호령한다.

특히 그해 8월 원주에서 벌어진 학생 선수권 대회 모스키토 급(42kg)에 출전, 압도적인 기량으로 5 전 전승(3KO)을 기록하면서 주목을 받는다, 대경상고 2학년 때인 1969년 8월 학원 스포츠 계를 평정한 김태호는 곧바로 성인 무대에 도전한다. 제 4회 아시아 선수권 선발 전 밴텀 급 결승에서 국가대표 간판 서상영과 맞대결을 펼친 것이다.

비록 근소한 차의 판정패를 당했지만, 그는 빠른 스피드와 고도의 테크닉이 성인 무대에서 통한다는 걸 증명했다. 1965년 9월 제 2회 아시아 선수권 대회에 금메달, 1966년 방콕 아시안 게임 은메달,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 출전한 베테랑 복서였던 서상영에, 거의 밀리지 않은 것이다.

1년 뒤 그는 방콕 아시안 게임 최종 선발 전 결승에서 서상영과 복수 혈전을 펼쳐 판정승의 기염을 토하며 복싱 사상 최대의 이변을 연출했다. 김기수에 이어 2번째 고교생 국가대표로 발탁된 것이다. 선발 전이 끝나고 곧바로 선수 촌에 입 촌, 훈련 중이던 어느 날 아시안 게임 단장으로 선임된 장덕진 대한 축구협회 회장이 선수 촌을 방문했다.

1934년 6월 강원도 춘천 출신으로 그는 행정, 사법, 외무 3 부문 고시에 합격한 고시 3관왕 출신. 그는 당시 영부인 육영수 여사의 친언니인 육인순의 첫째 사위였다. 박정희 대통령의 처 조카 사위였던 것.

그는 선수단이 모인 자리에서 일 장 연설을 했다. 그해 열리는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단 전원에게 1 백만 원 씩을 지급한다는 파격적인 당근 정책을 발표했다. 당시 대한 복싱 협회에서 꼽은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가 바로 고교생 국가대표 김태호였다.

2. 올림픽 메달도 노렸는데

1970년 ‘방콕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복싱은 6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러나 김태호의 이름이 없었다. 준 결승전에서 판정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확실한 금메달 후보였던 김태호가 패하자 장 단장은 격노하면서, 복싱 협회의 모든 임원 특히 코치들의 자각과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질타했다.

그만큼 장 단장이 김태호에 대한 기대를 컸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음 해, 경희대에 진학한 김태호는 1972년 뮌헨 올림픽(라이트급)에 출전해 8 강까지 오르며 유력한 메달 후보로 대기 중이었다.

1972년 뮌헨 올림픽에 출전한 32살의 최고령 박형춘과 20살의 최연소 출전 자 김태호. 그러나 경기 전날, 하필 이면 한국 팀 숙소에서 불과 10m 떨어진 맞은편에 있던 이스라엘 팀 숙소에 ’검은 9월단‘ 소속의 팔레스타인 무장 게릴라가 등장, 이스라엘 숙소를 기습 공격한다. 이로 인해 선수 2명이 피살되고 9명이 인질로 잡히는 초유의 테러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으로 1972년 9월 5일 벌어질 김태호의 경기는 하루 연장됐다. 무장 군인들이 삼엄한 경비를 펼치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제대로 숙면을, 취하지 못한 김태호는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경기장으로 출발했다. 8 강 전에서 김태호는 유럽 챔피언 헝가리의 ’오르반‘에 접전을 펼쳤지만, 4대 1로 판정 패하며 메달 권에서 탈락한다.

현장에서 경기를 참관한 김택수 당시 대한 체육회장은, 망연자실 한 표정으로 허공만 바라볼 뿐이었다. 무장 테러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김태호가 아깝게 패하지 않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경기장에 가득했다.

단기 4356년, 불기 2567년, 서기 2023년, 원기 108년 7월 28일

덕산 김덕권(길호)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