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새롭게 창단한 목포시청 복싱팀의 주항선 회장이 지난 10월 폐막된 104회 전국체전을 마치고 필자의 체육관을 방문했다. 바위처럼 중후한 성품을 보유한 주 회장은 목포시 최초의 복싱 금메달리스트다.

1978년 조선대에 입학한 주항선은 104연승을 기록하면서 LM 급을 평정한 터줏대감 박일천이 링을 떠나자 1980년 8월 LM 급 대통령배 결승에서 김현호를 꺽고 대관식을 펼친다. 1981년 5월 국가대표로 발탁되어 제 1회 마르코스배 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그는 1983년 대학 졸업 후 모교인 목포 덕인고 체육 교사로 발령받아 근무하다 1990년 교직을 접고 사업가로 변신한다.
주항선은 현재 서울 강남에 위치한 JH 건설회사 대표직을 맡으면서 올해 창단한 목포시 회장직을 겸직하고 있다. 이번 전국체전에서 2명이 출전, 모두 1회전에서 탈락했지만 좋은 경험을 쌓았다고 자평한 주 회장은 내년 김해에서 개최되는 전국체전에 대비해 대전대 한정훈 사단의 주력선수로 올 전국체전 라이트급 금메달리스트인 고성훈 등 3명을 스카웃해 목포시청 권현규 감독에게 힘을 실어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11일 서울시 양천구 등촌로에 위치한 SM 체육관 본관에서 양천구 복싱협회 홍성민 회장이 주관하는 제6회 양천구청장배 복싱대회가 개최되어 장정구 챔프, 이해정 백병원 팀장과 현장을 방문했다.

대회를 주최한 홍성민 회장은 1974년 경기도 화성 출신으로 필자와는 그가 중학교 3학년이었던 1989년에 영등포 88체육관에 입관하면서 첫 인연을 맺었다. 1990년 2월 필자가 사령탑을 맡고 있던 용산공고에 입학한 그는 100m를 12초대에 주파할 정도로 스피드와 순발력이 발군이었다.

그해 3월 서울 신인대회 밴텀급 결승에서 와룡체육관의 이종근에게 2회 RSC승을 거두고 우승을 차지한다. 이종근은 홍성민에 패한후 프로로 전향, 1992년 J. 밴텀급 신인왕 결승에서 박태선을 꺽고 우승을 차지했다. 신인왕 준우승자인 박태선은 91년 11월 20일 1회전에서 당시 88체육관 소속의 지인진을 판정으로 꺽고 결승에 진출했는데 당시 지인진의 트레이너가 필자였다.
1991년 3월 전국 신인대회에서 유윤철 (태평선식)을 2회 RSC 로 꺽고 플라이급에서 우승한 홍성민은 졸업반인 1992년, 학생선수권 밴텀급 준결승전에서 황성범(영산포 상고)에 패했지만 소중한 동메달을 획득한다. 이어진 세계 청소년대회 선발전에서는 대전체고 임재환을 꺽고 김명복배(밴텀급)배를 석권한 문철웅(리라공고)을 26ㅡ21 판정으로 꺽고 결승에 진출, 은메달을 획득한다.
그리고 그해 9월 전국선수권 대회에서 최규철 (성인고)을 꺽고 대망의 우승컵을 들어 올리면서 1993년 용인대에 특기생으로 진학한 복서가 바로 홍성민이다. 이번 대회에는 주최자인 홍 회장을 비롯해 WBC 라이트 플라이급 장정구 챔프, 아시안게임 2연패를 달성한 이해정, 서울시 복싱연맹 김수영 전무, 양천구 체육회 김창호 회장, 황광선 양천구 체육과장, 홍진표 양천구 체육회 부회장 등 내외 귀빈이 참석한 가운데 경기가 진행되었다.

홍진표 수석 부회장과 필자의 인연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백인철 챔프와 필자가 양천구 모처에서 식사를 하던 중 그를 알아본 홍 부회장이 식사비를 대신 지불하면서 인연이 시작되었다. 홍 부회장은 평소 홍성민 회장과도 친분이 두터운 사이여서 친밀감이 더했다.
1976년생으로 전남 진도가 원적지인 김수영 서울복싱 협회 전무는 1993년 용산공고가 홍성민(용인대) 최준욱(한국체대) 임계룡(동아대) 등이 졸업으로 빠져 나간 공백을 메우고자 당곡중 권일과 함께 스카웃을 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당시 석관중 3학년의 톱복서였다.

김수영 전무는 원광대를 졸업 후 이흥수 감독이 사령탑을 맡은 상무팀에 입대하면서 새천년 국가대표로 발탁된다. 당시 이흥수 상무 감독은 대표팀 11체급의 선수 중 8체급을 소속 선수로 채울 만큼 검증된 지도자였다. 2001년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된 동아시아 대회에서는 W급에 출전한 김수영을 비롯, 11체급에서 출전 선수 전원이 금4 은4 동 3개를 획득하며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여담이지만 이흥수 감독은 8.90년대 명장으로 이름을 날린 김성은, 김승미 감독과 더불어 국위를 선양한 대표적인 국가대표 감독이다. 세 감독은 모두 성동 중앙체육관 출신이란 공통점이 있다. 프로복싱계에서도 이승훈 백인철 정기영 등 세계챔피언 3명을 탄생시킨 권재우 관장도 성동체육관 출신임을 감안하면 왕십리에 위치한 성동체육관은 명당터가 분명하다.
각설하고 이번 대회는 서울과 수도권에 포진해 있으면서 '복싱계의 삼성전자'라 불리는 19개 SM 프로모션 소속체육관 선수들만 참석한 이색적인 대회였다. 2004년 양천구 목동에 SM 본관 체육관을 설립한 홍 회장은 20년이 훌쩍 지난 현재 대한민국 최고의 복싱체육관 체인의 총수로 우뚝 섰다.

평소 겸손과 균형 잡힌 철학, 소신으로 일관한 결과물이란 생각이다. 경기장에는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리스트인 함상명 관장이다. 1995년 경기도 시흥 출신으로 경기체고 용인대를 거쳐 2017년 성남시청에 입단, 울산 광역시청 김형규. 보령시청 김동회와 함께 1억대 연봉을 돌파한 특급 복서가 바로 함상명이다. 함상명이 소속된 성남시청의 주태욱 감독은 서울체고 재학시절 필자의 조련을 받던 학생이어서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2016년 브라질 리우올림픽에 출전해 16강에 진입한 함상명은 'AIBA Pro boxing' 3위에 랭크된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 복서였다. 전국체전 7연패를 추가로 달성한 함상명은 2022년 12월 성남시청과 계약 기간이 종료되자 현재 SM 프로모션 12관이 있는 부천시 송내점에서 이계현 관장과 투톱을 형성,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다. 인생 2막을 활기차게 펼치는 함상명 관장의 건승을 바란다.

하프 타임 시간에 필자는 홍성민 회장 장정구 챔프 이해정 팀장과 인근 커피숍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 중 장 챔프가 일본인들에게 배울 점을 주제로 꺼냈다. 이에 복싱계 허구연으로 불리면서 국내 복싱사상 5번째 아시안게임 2연패를 달성한 이해정 팀장이 일본인들은 상대가 자신보다 우월하거나 존재감이 있는 사람들에겐 사상과 이념을 초월해 경배하는 문화가 있다고 화답했다.
문득 WBC 스토르급 챔피언 오하시 히데유끼 선수가 생각났다. 과거에 오하시 짐에서 트레이너 생활을 한 문용기 관장은 오하시 챔프가 자신이 운영하는 체육관에서 장정구 챔프와 2차전에서 바둑을 두듯 수를 읽고 주먹을 날리는 장 챔프에게 무려 7번이나 다운을 당하면서 KO패 당하는 경기 영상을 관원들에게 보여준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복싱 역사에 우뚝 선 장정구 챔프를 일본에 초청하면 자신의 부모에게 인사시킨다고 한다. 그러면 오하시 챔프의 부모는 "위대한 챔피언 장정구 챔프를 만나 뵙게 되어 영광"이라면서 예우를 갖춰 인사를 올린다고 전했다.
오하시는 장 챔프에게 2차례 KO패를 당한후 한 체급을 내려 4연속 KO승을 질주한다. 그리고 1990년 2월 한국의 최점환 을 9회 KO로 잡고 세계타이틀전 21연패의 일본 프로복싱 흑역사를 중단시키면서 WBC 스트로급 세계정상에 올랐다.
장정구처럼 하늘에서 떨어진 천재가 아니라 밑바닥부터 노력으로 올라온 복서 오하시는 WBC가 선정한 체급별 최우수 복서 중 한 명이다. 1992년 10월 오하시는 한국의 최희용의 5차방어전 상대로 나서 그를 판정으로 꺽고 WBA 미니멈급 세계정상에 올라 양대기구 챔피언으로 등재되었다.

다른 역사적사례도 떠올랐다. 일본의 20세기 해군 사령관 도고 헤이하치로는 1905년 5월 동해상에서 러시아의 발틱 함대를 침몰시키면서 러.일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운 명장이다. 일본인들은 그를 '동양의 넬슨 제독'이라고 추켜세웠다.
이에 도고 헤이하치로 제독은 "나를 트라팔가 해전에서 전사한 영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해군 영웅 넬슨에 비교한다면 그것은 받아들인다. 하지만 조선의 이순신 장군에 비교한다면 그것만은 거절한다. 나는 사실 그 사람의 부사관 노릇도 할 수 없는 자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야기를 마치고 체육관으로 향했다. 이번 전국체전에서 고등부 서울팀의 유일한 메달을 획득한 김중연 관장과 이준규 선수의 모습도 보였다. 이번 전국체전 고등부 63.5Kg 급에 서울 대표로 출전한 이준규(문일고)는 금천구 시흥동에서 SM 10관을 운영하면서 차세대 지도자로 주목받고 있는 김중연 관장의 체계적인 지도를 받으며 동메달을 획득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겸비한 김중연 관장은 지도력 검증절차를 밟고 있는 지도자다. 강서구 등촌동에서 SM 프로모션 2관을 운영하고 있는 홍성원 관장은 홍성민 회장의 친동생이다. 등촌 시장 입구에 자리 잡은 SM 2관은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경영으로 SM 프로모션을 대표하는 체육관이다. 19개의 행성(체육관)이 1개의 태양(홍성민 회장)을 중심으로 주기적으로 자전과 공전을 반복하면서 한국복싱체육관의 중심축으로 성장하고 있는 SM 프로모션의 무궁한 발전을 기대한다.

조영섭 복싱전문기자는 1980년 복싱에 입문했고 현재 문성길 복싱클럽 관장을 맡고 있는 정통 복싱인이다.
1963년: 군산출생
1983년: 국가대표 상비군
1984년: 용인대 입학
1991년: 학생선수권 최우수지도자상
1998년: 서울시 복싱협회 최우수 지도자상
2018년 서울시 복싱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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