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중순 어느 날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고향 김해에서 복싱체육관을 운영하는 유명구(본명 배영길) 관장이었다. 11월에 고향 김해에서 은퇴경기를 계획 중이라는 그의 연락을 받고 그가 나고 자란 목적지인 김해로 떠났다.

경남 김해는 한국 프로복싱 최초의 부부 챔피언 유명구 유희정씨가 15년전 김해시 장유에 정착 나란히 2개의 복싱체육관을 운영하면서 선수 활동과 후배양성을 병행하고 있는 고장이다. 1979년생 동갑인 이들 부부는 슬하에 2남을 두었는데 특이한 점은 두 아들 모두 복싱선수로 활발하게 활약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온 가족이 복싱 패밀리(Family)로 구성되었다. 장남인 배정영(신월중 3) 선수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복싱에 입문 2022년 경남 소년체전 선발전 54Kg급 2위. 2023년 7월 회장배 50Kg급 3위. 2024년 경남 초.중 체전 1위를 차지한 완성도가 높은 복서다. 막내아들 배정길(신월중.1)은 초등학교 6학년때 복싱에 입문 전국 생활 체육대회에서 6회나 우승을 차지하면서 엘리트 코스를 향해 질주하는 스트레이트가 발군인 유망주다.

이처럼 온 가족이 복싱선수 출신으로 구성되어 현역으로 활동하는 사례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도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매우 드문 일이다.
1979년 김해 출신으로 구봉초등학교를 졸업한 유명구는 2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어린 시절부터 힘겹게 살아왔다. 프로 통산 39전 30승 (23KO) 2무 7패를 기록한 유명구가 처음 복싱을 시작한 것은 천안교도소에 수감중 이던 1998년이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목표 없이 방황하던 18살 때 한순간 잘못된 행동으로 인한 수인(囚人) 생활을 하던 그는 이곳에서 사상 첫 재소자 신인왕 박 모선수를 키워냈던 최한기 소년단 감독을 만나 복싱과 인연을 맺었다.
최한기 감독에게 체계적으로 복싱을 수학한 유명구는 2000년 신인왕전에 출전해 1회전을 통과했지만 2회전에서 판정패를 당하면서 심한 좌절감에 빠진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계부(繼父) 마져 타계하자 심한 무력감에 빠져 방황을 거듭한다. 그러던 어느날 박 모선수는 2003년 신인왕에 오르는 모습을 TV로 지켜본 그는 만기출소 후 최한기 관장에게 안산 제일체육관 김학명 관장을 소개를 받아 고행 김해를 떠나 무작정 안산으로 향했다.

프로복싱 한국 플라이급 1위 동양 동급 4위에 랭크 되었던 김학명 관장은 현역시절 문성길 스파링 파트너로 활약하면서 27전을 경험한 배테랑 복서 출신이다. 다정다감한 김학명 관장은 지극정성으로 유명구를 보살피면서 새 삶을 시작한 그에게 용기와 희망을 불어 넣어주었다. 그리고 그는 이곳에서 자신을 지도한 정을철 트레이너가 유제두 유명우 장정구 등 역대 챔피언들의 이름에서 한자씩 혼합 유명구 라는 링네임을 지어주면서 복서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큰형님처럼 자상한 김학명 관장의 세심한 배려 속에 그는 훈련에 집중한다,
그리고 2004년 2월 무주에서 개최된 제32회 MBC 신인왕전에 안산 제일체육관 소속으로 출전 라이트 플라이급 결승에서 폭팔적인 좌우 연타를 품어내면서 경주 신라 체육관 이종찬에 6회 35초만에 KO승을 거두고 신인왕 타이틀을 획득하면서 우수신인왕에 등극 기염을 토했다. 이때 유명구는 안산 제일체육관에서 훈련하는 과정에서 한 여인과 운명적인 만남을 가진다. 안산공과대학 교직원으로 있으면서 생활체육으로 복싱을 배우기 위해 등록한 지금의 아내 유희정씨였다.
동갑내기였던 두 사람은 복싱을 함께하면서 사랑을 키운다, 유명구의 세심한 지도에 힘입어 유희정은 2006년도 경기도 신인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다. 결국 유희정은 유명구가 스파링 파트너도 해주면서 자상하게 지도해주는 과정에서 사랑의 결실로 연결되어 두 사람은 백년가약을 맺으면서 살림을 합친다. 이를 전환점으로 용기백배(勇氣百倍) 이들 부부는 훈련에 전력투구한다.
2010년 8월 한국(KBC) 여자 밴텀급 타이틀전에서 유희정은 이은희(극동서부)를 8회 판정으로 꺽 고 한국챔피언에 올랐다. 아내가 챔피언에 오르자 이에 편승(便乘)한 유명구는 2011년 2월 KBC 라이트 플라이급 타이틀에 도전 5승 3패 1무를 기록한 챔피언 최학선과 일전을 벌여 10회 판정승을 거두고 국내 정상에 등극 부부 챔피언으로 이름을 올리면서 부창부수(夫唱婦隨)의 진수를 보여줬다,
유희정은 2015년 WBC 슈퍼 플라이급 아시아 챔피언을 거쳐 그해 WBO 밴텀급 챔피언. 2017년 WBF 인터 콘티넨탈 슈퍼 플라이급 챔피언에 등극하면서 4차 방어에 성공 종합전적 31전 27승 (12KO) 1패를 기록했다. 한편 유명구도 신인왕 한국챔피언을 거쳐 2014년 WBA(세계복싱협회) PABA(범아시아 복싱협회) 동양 챔피언에 순차적으로 오르면서 세계랭킹 9위에 오른다. 그리고 2015년 11월 24일 유명구는 WBC 미니멈급 세계챔피언 태국의 완행 매나요틴에 도전한다.

39전 전승(14KO)을 기록한 완엥은 은 세계최대 복싱전적 기록 사이트인 복스렉 순위에서도 미니멈급 1위에 올라선 최강자였다. 당시 프로통산 31전 26승 1무 4패를 기록한 유명구의 도전은 한국복서론 2006년 12월 17일 WBC 페더급 챔피언 멕시코의 로들포 로페즈가 보유한 세계 타이틀에 도전한 지인진 (대원체)이후 무려 8년 11개월 만의 이뤄진 WBC 세계타이틀 도전이었다. 유명구에 앞서 2013년 11월 19일에 WBA 밴텀급에 도전한 손정오가 챔피언 가메다 고끼에게 다운을 뺏는등 선전했지만 1ㅡ2 판정에 아깝게 패했었다.
태국원정 경기에서 유명구는 사력을 다해 항전 했지만 월드클라스 완헹의 두터운 벽을 뚫지못하고 9회 TKO패를 기록 타이틀 획득에 실패한다, 비록 세계정상정복에 실패했지만 유명구는 타이틀을 앞둔 그에게 수개월에 걸친 훈련 기간에 전폭적으로 지원해준 조력자인 서동신 현(現) 김해 체육회장의 헌신적인 보은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말한다,

지난해 9월 실시된 김해시 체육회장 보궐선거에 당선되어 2026년 2월까지 체육회장을 수행하게 된 서동신 회장은 김해 출신의 대한체육회 김택수 회장에 비견되는 인물이다. 국내 최초로 전무후무(前無後無)한 11체급을 석권한 국가대표 복싱선수 서민제의 부친 서동신 회장은 원정방어전을 벌이는 유명구와 함께 태국에 동행 유명구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 감독하면서 사제 지간의 돈독한 의리를 과시했다. 필자가 지켜본 서 회장은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복서 출신의 선이 굵은 체육회장이다.
1971년 2월 경남 김해 태생의 서동신 회장은 김해 농고 재학시절 복서로 활약하면서 4체급을 석권한 유망주였다. 고교 졸업후 영남 프로모션에 입성 문성환 관장 휘하에서 11전 10승 1무를 기록한 후 복싱을 접었다. 이런 경력을 지닌 서동신 회장은 손흥민이 부친 손웅정 씨처럼 아들 서민제를 올바른 인성부터 디딤돌로 하여 복싱에 입문시켜 오늘보다 내일이 기대되는 국내 아마복싱 최고 유망주로 성장시킨 장본인이다. 서동신은 지난날 오랜 방황 생활을 접고 김해에 잠시 정착한 유명구 에게 체육관에서 숙식을 제공하면서 유명구에게 재기의 발판을 제공한 은인이기도 하다.

2015년 완행과의 대결이후 절치부심(切齒腐心)한 유명구는 2017년 그의 고향 김해에서 WBC 아시아 플라이급 챔피언에 등극하여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게 된다. 현재 이들 부부의 최종목표는 두 아들 배정영 배정길 선수가 아마츄어에서 기량을 닦고 프로에 전향 부부가 못다 이룬 메이져 세계챔피언에 등극하는 것이라 한다. 유명구는 필자에게 자식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자란다고 운(云)을 띄운뒤 두아들 에게 정직한 삶을 살으라고 훈육(訓育)한다고 말했다.
중국인은 하루가 행복하려면 술을 마시고 미국인은 일년이 행복하려면 결혼을 하라고 했지만 영국인은 평생 행복하려면 정직 해야 한다는 글귀가 생각난다. 필자가 지근 거리에서 지켜본 두 아들은 구김살 없이 티없이 밝고 명랑한 성품이었다. 한편 이들 부부는 오는 11월 고향 김해에서 나란히 은퇴경기를 벌이면서 현역에서 동반 은퇴경기를 한다. 이날 경기장에는 유명구와 세계타이틀전을 벌였던 챔피언 완행 매나요탄(태국) 도 방한할 예정이며 부부 챔피언 아들인 배정영 배정길 두 복서 의 시범경기도 보여줄 예정이다.
유명구 관장은 수레의 운전대를 잡고 있는 한집안의 가장이자 기둥이다. 아내 유희정 과 두 아들을 수레의 양쪽 바퀴다. ,바퀴 하나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수레는 앞으로 나가질 않는다. 이점 유명구 관장은 명심하고 온 가족이 절묘한 하모니를 이루면서 앞으로 힘차게 전진하는 복싱 패밀리가 되길 진심으로 기원 한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