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애 칼럼] 한국은 곡물자급률 30% 미만인 ‘세계 5대 식량 수입국’, 미래 식량전쟁에 대비해야

2020년 팬데믹 발생으로 세계 산업 전반에 걸쳐 사업장이 폐쇄되었다. 이로 인해 선진국, 후진국을 가리지 않고 글로벌 경제는 급속도의 하락 국면을 맞이했다. 특히, 물류대란을 걱정했던 몇몇 국가들의 경우 생필품 사재기를 해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후 각 나라는 백신 접종을 독려하고 전방위적인 방역정책을 세워 팬데믹을 극복하고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세계 경제는 팬데믹 충격에서 점차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올 초에 발생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겨우 회복되어 가는 세계 경제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자원과 물류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자재를 포함한 거의 모든 수입품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대부분의 경제활동이 대외무역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한국의 경우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더 큰 위기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대기업이던 중소기업이던 비상경제체제의 필요성을 말하며 대책 마련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더불어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일반 국민들, 특히 저소득층의 경우 급격히 오른 물가를 감당해나가기 어려운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출처 해럴드)
(출처 해럴드)

현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국제 패권과 에너지 패권 측면에서만 다루어지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식량 패권을 쥐기 위한 러시아의 욕망 또한 포함되어 있다고 본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식량창고로 불릴 만큼 대표적인 곡창지대이다. 작년까지 우크라이나의 밀 생산은 세계 7위로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수출하고 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의 농토 및 식량 인프라가 러시아의 집중포격으로 상당 부분 초토화되었다. 이와 더불어 러시아는 자신들의 곡물을 수출하지 않겠다고 해 자국 '식량의 무기화'를 공표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중동 나라들의 식량 가격 상승에 직격탄이 되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다.

이처럼 러·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그리고 그 어느 분야보다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설상가상 기후변화로 인해 올해 세계의 곡물생산량은 작년에 비해 최소 10~30% 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된다. 이는 각국의 곡물생산량의 감소 및 식량수출 금지로 이어져, 앞으로 에너지 안보 이슈보다 식량 안보 문제가 더 크게 부각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앞으로 전개될 식량 위기에 대해 준비가 되어 있는가? 현재 한국에 음식이 풍족하기에 식량 위기도 잘 극복할 것이라 생각한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얼마 전 인도네시아에서는 팜유 수출을 금지했고, 인도에서는 밀 수출을 금지하기도 했다. 위기가 발생하면 언제든지 실질적으로 자국 식량의 수출을 금지할 수 있음을 잘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농협미래경영연구소는 2020년 "우리나라는 곡물자급률이 30% 미만인 ‘세계 5대 식량 수입국’이자 식량 위기에 아주 취약한 곡물 수입구조를 가지고 있어, 안보적 차원에서 식량문제에 접근하지 않으면 앞으로 큰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를 담은 보고서를 작성했다. 한국은 2020년 기준 1600만t/년 이상의 식량을 사들이고 있으며, 곡물자급률은 대략적으로 평균 20% 미만에 그치고 있다. 이는 OECD 최하위 수준이다. 이처럼 한국은 현재 식량자급도가 매우 낮다. 더 심각한 문제는 농지에 대한 개발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어, 갈수록 식량자급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AeroFarms의 스마트팜)
(AeroFarms의 스마트팜)

한국의 농산물 수입은 미국, 브라질, 호주 등 소수의 국가로부터 이루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나라들이 지금보다 심각한 식량위기에 직면할 시, 우리가 이들 나라의 동맹임을 내세우더라도, 또한 아무리 비싼 가격을 주고 식량을 사려고 하더라도, '팔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에너지 위기와 식량 위기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에너지는 사용을 줄이면 되지만, 식량은 내 생사와 바로 직결되어 있기에 줄일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제는 다가올 식량 전쟁을 위해 대비해야 한다. 첫째는 식량 수입의 다변화를 이루어야 한다. 둘째는 주요 곡물에 대한 비축비율을 높여야 한다. 셋째는 스마트 농업시대를 앞당겨야 한다. 예를 들어 지정된 공간에 다층선반을 이용해 식물을 재배하는 수직농법(Vertical Farming) 등을 통해 면적대비 작물생산량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물론 수직농법을 적용하는 데 있어, 기존 농업 관련 경제생태계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것과 인공적 재배로 인한 맛과 신선도 감소 및 재배 비용 상승 등과 같은 단점도 있다. 그러나 단점으로 인해 수직농법을 포기한다면, 머지않은 식량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우리는 두 손 놓고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인애/통일비내리는날 대표
이인애/통일비내리는날 대표

윤석열 정부가 ‘문정부 정책 지우기’ 및 ‘북한 도발’과 같은 과거형 전쟁에만 열중할 것이 아니라, ‘다가오는’ 전쟁에 대비하여야 할 것이다. 한국은 앞으로 닥칠 식량위기만큼은 소위 경제적 후진국이라 생각하는 나라들보다 극복과 대응을 잘 할 수 없는 여건이다. 또한 단지 위기 수준을 넘어 '식량 전쟁'이 발발한다면 세계 10위의 경제력과 세계 6위의 군사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결코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현실로 다가온 식량 위기를 윤 대통령이 절실히 인식하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분초를 다투어 대비하기를 깊이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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