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용 학자 "'돈 줬다고만 해라. 그 뒤로는 우리가 알아서 한다' 시나리오, 브라질식 연성 쿠데타 의심"

[ 고승은 기자 ] =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8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폭력 조직 '국제마피아파' 행동대장이자 코마트레이드 직원이었다는 박철민씨(현재 수감중)로부터 제공받은 자필 진술서와 '돈다발' 사진을 꺼내들며, 이재명 지사와 폭력 조직의 '유착' 증거라고 제시했다. 

이른바 이재명 지사가 조폭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을 꺼내든 것인데, 그러나 불과 몇 시간만에 네티즌들에 의해 김용판 의원이 제시한 '돈다발' 사진은 박철민씨가 전혀 다른 곳(영업용)에 쓴 사진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김용판 의원의 행위는 '면책특권'을 악용하여 이재명 지사를 어떻게든 폭력 조직과 엮으려한 '정치공작'이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제기된다.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8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폭력 조직 '국제마피아파' 행동대장이자 코마트레이드 직원이었다는 박철민씨(현재 수감중)로부터 제공받은 자필 진술서와 '돈다발' 사진을 꺼내들며, 이재명 지사와 폭력 조직의 '유착' 증거라고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네티즌들에 의해 '거짓'임이 들통났다. 사진=국회방송 영상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8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폭력 조직 '국제마피아파' 행동대장이자 코마트레이드 직원이었다는 박철민씨(현재 수감중)로부터 제공받은 자필 진술서와 '돈다발' 사진을 꺼내들며, 이재명 지사와 폭력 조직의 '유착' 증거라고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네티즌들에 의해 '거짓'임이 들통났다. 사진=국회방송 영상

'MBC' 뉴스영상에 따르면 이재명 지사는 김용판 의원과 인사하면서 "(면책특권 없는)기자회견 한 번 하시죠"라고 하자, 김용판 의원은 "기자회견 했다가 고소당하려고"라며 회피했다. 김용판 의원이 대망신을 당했지만, 이는 단순 '해프닝'으로 넘어갈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칫하면 '돈 줬다'는 진술만으로 이재명 지사가 엮일 뻔한 건이라서다. 

전우용 역사학자는 19일 페이스북에서 "김용판 의원이 이재명 후보가 조폭에게 받은 돈다발이라며 공개한 사진의 돈 임자가 국민의힘 수정구 청년협의회 당협위원장의 아들이란다"라고 지적했다. 

박철민씨의 부친은 박용승 전 성남시의원이며, 현재 국민의힘 수정구당협위원회 청년위원장을 맡고 있다. 박용승 전 시의원은 지난 2008년 18대 국회의원 선거에 친박연대 후보로 출마한 적도 있으며, 약 30년가량 정치활동을 하면서 당적과 진영을 수시로 변경한 것으로 확인된다. 

전우용 학자는 "네티즌들이 그 사진의 정체를 밝히지 못했더라면, 오늘자 포탈 뉴스는 다음과 같은 기사들로 덮였을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예시를 들었다.

“조폭의 양심선언에 헛웃음으로 모면하려 한 이재명”
“조폭 돈받은 여당 대선후보라니, 선진국 타령했던 나라가 부끄럽다”
“이재명이 받은 돈다발 사진 공개, 소환 조사 초읽기”
“후보가 부끄럽다, 민주당원 탈당 러시”

18일 열린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주목 받았던 대표적 모습은 초장부터 꺼내든 ‘돈 받은 자=범인, 장물 나눈 자=도둑’이라고 쓰인 팻말이었다. 초장부터 이재명 지사의 기선제압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사진=연합뉴스
18일 열린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주목 받았던 대표적 모습은 초장부터 꺼내든 ‘돈 받은 자=범인, 장물 나눈 자=도둑’이라고 쓰인 팻말이었다. 초장부터 이재명 지사의 기선제압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사진=연합뉴스

전우용 학자는 "제보자가 국힘 간부의 아들이고 사진이 가짜로 밝혀졌는데도, 국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사진 상관없이 진술은 진실'이라고 주장했다"며 "'돈 줬다고만 해라. 그 뒤로는 우리가 알아서 한다'는 시나리오는 흥행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계속 창작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우용 학자는 "우리나라에서 브라질식 연성 쿠데타가 진행중이라는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며 "주권자들이 혜안(慧眼)만이, 반복적으로 창작되는 저질 시나리오의 성공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김용판의 박철민 가짜 돈다발 사건은 기획된 이재명 죽이기 정치공작이라고 생각한다"며 "민주당이 해프닝으로 끝내면 이런 공작은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김용판 사퇴는 기본이고 박모씨도 수사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동시에 민주당은 즉시 국회의원 면책특권 폐지를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이른바 법 기술자들의 '연성 쿠데타'는 브라질의 사례가 매우 유명하다. '검찰당 대표'로 불리던 윤석열 전 총장의 총장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를 멸문지화시킨 데 이어 문재인 정부를 사정없이 들쑤신 행위들을 하면서 많은 이들이 '브라질'을 떠올렸던 것이다. '법 기술자'와 수구언론의 기세가 여전한 만큼,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세르지우 모루와 같은 '법 기술자'들의 '세차 작전'에 희생될 뻔했던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 그는 브라질 국민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극찬 받는 정치인이다. 그는 올 봄 징역형이 무효가 되면서 다시 대선에 출마할 수 있게 됐고, 내년 10월 대선에 출마할 예정이다. 사진=룰라 페이스북
세르지우 모루와 같은 '법 기술자'들의 '세차 작전'에 희생될 뻔했던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 그는 브라질 국민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극찬 받는 정치인이다. 그는 올 봄 징역형이 무효가 되면서 다시 대선에 출마할 수 있게 됐고, 내년 10월 대선에 출마할 예정이다. 사진=룰라 페이스북

세르지우 모루라는 브라질의 연방판사가 주도한 이른바 '세차 작전'은 수많은 선출직 정치인과 고위공직자를 부패 혐의로 구속시켰다. 그러나 실제는 철저한 '언론플레이'가 뒤섞인 정부 전복 작전이었으며, 결국 지난 2016년 지우마 호세프 당시 대통령을 예산작성 규칙 위반이라는 정책적 실수 혐의로 탄핵시켜 브라질 노동당 정권을 붕괴시켰다. 

모루의 최종 목표는 브라질 국민에겐 물론 세계적으로도 극찬 받는 정치인인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의 정치생명을 끊는 것이었다. 룰라 전 대통령은 이듬해 구속됐고 2018년 대선에 출마하지 못했다. 이러한 법 기술자의 '연성쿠데타'로 인해 극우적 성향을 띤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이 당선됐고, 모루 판사는 법무부 장관에 임명됐다. 이런 과정을 통해 브라질의 경제는 크게 추락했다. 

한편 중형을 선고받으며 고초를 겪었던 룰라 전 대통령은 올 봄 징역형이 무효가 되면서 다시 대선에 출마할 수 있게 됐고, 내년 10월 대선에 출마할 예정이다. 현재 그는 큰 차이로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어, 재집권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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