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선발전에 삼성 전 계열사 불참
자체 개발보다 글로벌 빅테크 협업
플랫폼·통신사 미보유...특화 AI 집중

(그래픽=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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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컴퓨터가 디지털 세상을 열며 우리 삶을 바꿔놓은 것처럼 AI를 빼놓고는 기술 발전을 말할 수 없는 시대다. 구글·MS가 독점한 글로벌 플랫폼 시장에서 네이버와 카카오가 우리 플랫폼을 지켜내고 있듯, 글로벌 AI가 지배하는 시장에서 우리 언어와 문화·기술로 특화한 ‘소버린 AI’가 일정 공간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소버린 AI 모델 개발과 활용 또 이를 둘러싸고 구축될 소버린 AI 생태계에 대한 정보와 논란을 향후 지속적으로 살펴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4일 발표한 ‘독자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 2차 평가를 통과해 ‘K-AI 기업’으로 뽑힌 5개 컨소시엄에 삼성전자는 물론 삼성 계열사가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아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달 21일 마감한 이 사업 참여 공모 결과 15개 AI 개발 기업·기관 컨소시엄이 제안서를 제출했다. 컨소시엄 주관사만 발표된 15개 팀 명단에 ‘삼성’이란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과기정통부가 1차 서류평가를 통과한 10개 팀을 추려 발표한 25일 주관사 외에 컨소시엄 참여 기업 명단이 일부 공개됐지만 삼성은 없었다. 그리고 지난 4일 2차 평가를 통과한 5개 팀 주관사와 참여 기업·기관이 모두 드러났지만 역시 삼성은 없었다.

애초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서울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국내 AI 선도대학과 팀을 꾸려 이 사업에 주관사로 참여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4일 오후 2시로 예정된 정부의 5개 팀 선정 발표를 앞두고 이날 오전 전사 차원의 AI 과제 전담 조직 '이노X 랩'(InnoX Lab)을 신설하고 이를 사내에 공지했다.

이노베이션(Inno)과 트랜스포메이션(X)을 결합한 이노X 랩은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디지털 트윈 설루션, 피지컬(물리적) AI 등의 개발을 수행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5월 임직원의 AI 기반 업무 생산성을 향상하는 일종의 컨트롤타워로 디바이스경험(DX) 부문에 'AI 생산성 혁신 그룹'을 신설한 바 있다.

이는 2020년 LG경영개발원 산하에 AI연구원을 설립해 ‘엑사원’ 등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하고 이를 추론이 가능한 단계로 발전시킨 LG그룹에 비하면 다소 뒤졌단 지적을 받는다. 

삼성도 스마트폰과 가전 등 사업 전반에 AI를 강조해 왔다. 2023년에는 삼성리서치가 개발한 생성형 AI ‘가우스’를 공개했고, 지난해 11월 언어·코드·이미지를 통합한 멀티모달 모델로 진화한 ‘가우스2’를 선보였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가우스 모델을 사내용으로 쓰고,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설루션(DS) 부문은 네이버가 개발한 기업용 AI를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주력 상품인 갤럭시 스마트폰에도 자체 AI 모델이 아닌 구글 등 외부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 

올해 2월 출시한 갤럭시 S25 시리즈에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를 탑재해 삼성의 음성비서 ‘빅스비’와 협업하는 방식이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구글·메타·MS 등 여러 빅테크 업체의 AI 모델을 활용해 반도체 설계·개발·검사 등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외부 AI 모델을 도입해 활용하거나 이를 바탕으로 새 기술을 덧입히는 것은 개발 비용을 줄이면서 수준 높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심지어 구글은 갤럭시 사용자의 데이터를 제미나이 학습에 활용하려고 막대한 비용을 삼성에 지불하고 있다.

그럼에도 자체 AI 생태계 조성에 앞서가지 못하는 것은 글로벌 테크 기업으로의 도약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이번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참여하지 못한 이유도, 개발 첫 단계부터(프롬 스크래치) 자체 기술을 확보한 ‘소버린 AI’의 본질을 지향하면서 글로벌 프론티어(최첨단) 모델의 95% 수준에 달해야 한다는 주요 평가 지표 때문일 것이란 분석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이미지. (그래픽=GettyImages)
휴머노이드 로봇 이미지. (그래픽=GettyImages)

‘초격차’ 삼성이 지난해부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AI 붐’으로 수요가 폭증한 고성능 D램, 고대역폭메모리(HBM) 밸류체인에서 소외된 것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HBM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과소평가해 관련 인력을 축소한 것이 AI가 창출한 새로운 시장 대응에 실기했다는 업계의 평가다.

이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검색 플랫폼이나 통신사를 소유하지 않은 삼성 입장에서는 개인을 대상으로 한 생성형 AI 같은 거대언어모델이나 AI 파운데이션 모델보다 특정 산업에 특화된 버티컬 AI에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란 전문가의 제언도 잇따른다. 

삼성전자는 최근 테슬라와 22조7천억원 규모의 자율주행을 위한 차세대 반도체 AI6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에도 AI 반도체를 공급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삼성전자가 새로 구축한 이노X 랩의 주요 과제로 피지컬 AI 기술과 휴머노이드 로봇 핵심기술 개발을 든 것은 자사 밸류체인에 특화한 AI 모델 개발과 운영에 집중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삼성 관계자는 5일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삼성 계열사가 참여하지 않은 것은 맞다. 그 이유에 대한 공식 입장은 밝힐 것이 없다”고 <뉴스프리존>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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